2019. 05. 23. Wien, Österreich
덴마크에서 CL이 빈으로 납시겠다고 하셔서 나도 현지인 모드가 아니라 관광객 모드로 빈을 구경하기로 했다. 덴마크에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보다. 하긴 나는 예전에 관광객으로 갔는데도 할 것이 없었지.
나는 시내 교통권이 있는 현지인이므로 Kernzone 경계부터 공항까지 편도 EUR 1.80에 사서 (찬양하라 Wiener Linien!) CL 마중하러 갔다. 아이패드에 이름 대문짝만하게 써서 출국장에 서있는 것이 목표였는데 밍기적 거리다가 늦을 뻔. 열차에서 내린 다음 열심히 뛰어가서 출국장 앞에 서있었건만 CL은 한참 뒤에나 나왔다. 왜 뛰어갔는가 정말... CL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민망한 글귀를 보고서도 아주 당당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시내에서 기다리는건데. 왠지 내가 부끄러웠음.
저녁 메뉴 및 앞으로 먹을 메뉴 선정을 위해 CL이 오기 전부터 아주 진지한 토론을 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빈에서 먹어야 할 음식으로 다들 립을 꼽는다. WJ형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한 Strandcafé는 작년 9월부터 내부공사중이라 갈 수가 없어 폭풍 검색하여 (링크) The Brickmakers Pub & Kitchen에 가기로 하였다.
The Brickmakers Pub & Kitchen, Zieglergasse 42, 1070 Wien (구글지도 링크)
가는 길에 집에 가서 알코올과 수다를 즐길 것이면 지금 장을 봐야한다고 말했는데, 이해를 못하시는 북유럽인. 이 곳의 마트는 20:00이면 거의 닫는데 쾨벤하운에서는 더 늦게까지 연다고한다. 복지천국 북유럽이 이곳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고? 반성하라 빈 시민들이여... 여튼 19:50에 가는 길에 있는 BILLA에 들어가서 (심지어 첫 번째 발견한 BILLA는 들어가려는 순간 불이 꺼짐.) 손에 잡히는 대로 와인과 안주를 담아 계산하고 펍으로 향했다.
메뉴를 보는데, 사이드 메뉴에 떡하니 있는 "Kimchi"! CL 말로는 요즘 힙한 펍에는 Kimchi가 없으면 안되고, 힙스터들은 한국음식 먹는다고. 아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코리안 푸드...!! 우린 당연히 Kimchi는 안시키고 수제맥주와 립, 감자튀김을 시켰다.
'외스터라이히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겠습니까.' 하는 맛. 맛이 없진 않았지만,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맛있는 것도 아니다. 빈 음식치고는 엄청 맛있는 것일지도.
먼 곳까지 오신 CL님을 위하여 현지인의 환대로 내가 계산하고 나오니 (접대의 관습!),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되너 케밥집이 보인다. 베를린의 무스타파 처럼 빈에서 제일 유명한 되너 케밥집이라고.
Berliner Döner Wien, Zieglergasse 33A, 1070 Wien (구글지도 링크)
이름도 베를리너 되너네. 나중에 7구 지나갈 일 있으면 사서 먹어봐야겠다.
와인과 안주를 들고 집으로 가서 밤새 수다떨고, 와인잔 하나 깨뜨리고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