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Ruprechtskirche (성 루페르토 성당)
Sam. 06. Jun. 2020.
첫 행선지는 중요하다. 물망에 오른 행선지엔 성 스테파노 대성당(Stephansdom, 슈테판스돔)과 슈베르트 생가(Schubert Geburtshaus, 슈베르트 게부르츠하우스)가 있었으나, 슈베르트 생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6월 말까지 방문할 수 없고, 대성당은 공부를 더 한 뒤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성 루페르토 성당(St. Ruprechtskirche, 상크트 루프레히츠키르헤)을 첫 행선지로 잡았다.
Kath. Kirche St. Ruprecht, Ruprechtspl. 1, 1010 Wien (구글 지도)
왜 성 루페르토 성당이냐 하면, 바로 이 성당이 (아마도) 빈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이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성당은 740년에 루페르토 성인(Heiliger Ruprecht, 하일리거 루프레히트)을 따르던 잘츠부르크(Salzburg)의 쿠니알트(Chuniald)와 기잘리히(Gisalrich)가 세웠다고 한다. 현존하는 기록 중 이 성당에 관한 제일 오래된 기록은 1200년에 하인리히 2세(Heinrich II), 즉 야소미어고트(Jasomirgott)가 스코틀랜드 성당(Schottenkirche, 쇼텐키르헤)을 아일랜드 베네딕토회에 선사하며 성 루페르토 성당이 빈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빈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이니만큼 성 스테파노 대성당이 세워지는 1147년까지 빈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었던 곳으로, 앞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원 혼자 계신다. 내가 성당 안에서 한참을 머무르자, 미소를 지으시며 간단한 설명이 담긴 종이를 주고 가신다. 성당은 작고 소박하다. 그리고 은근 현대적(?)이다. 740년에 지어진 원래 모습이 남아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투박한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말이다. 물론 여느 성당과 마찬가지로 불에 타고 개축하면서, 원래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1276년에 화재로 인한 손상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고, 마지막은 제2차 세계대전. 그래도 빈의 다른 성당들에 비하면 거의 선사시대에 지어진 것과 같은 수준이다.
중당의 오른편 벽에는 루페르토 성상과 성모상이 있다. 왼편의 스테인드글라스(Buntglasfenster)는 리디아 로폴트(Lydia Roppolt, 1922-1995)의 1992-1993년 작품.
중당 뒷편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카타콤베에서 가져온 성 비탈리스(St. Vitalis)의 유해가 있다. 교황 클레멘스 13세(Clemens XIII)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Kaiserin Maria Theresia)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승에 따르면 비탈리스 성인은 네로 황제 혹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기에 라벤나(Ravenna)에서 순교했다고 한다. 성녀 발레리아(St. Valeria)의 남편이자 성 게르바시우스(St. Gervasius)와 성 프로타시우스(St. Protasius)의 아버지. (출처: 설명문, 가톨릭 성인)
빈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답게, 후진(Apsis)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빈에서 제일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이다. 대략 1300년 경의 작품으로 추정되며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사도 요한'과 '왕관을 쓴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그렸다. 양쪽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하인리히 타헤들(Heinrich Tahedl, 1907-1985)의 1949년 작품으로 루페르토 성인의 활동을 그렸다.
제대에서 성가대석을 바라보면 심심한 벽 왼편에 작은 명판이 눈에 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레데릭 3세(Frederick III)의 1439년 12월 6일 빈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프레데릭 3세의 모토라고 한다. 전승에 의하면 라티움어로 "Austriae Est Imperare Orbi Universo" 혹은 독일어로 "Alles Erdreich Ist Oesterreich Untertan"을 뜻한다고 전해진다. 뜻은 "오스트리아가 전세계의 지배자다" 혹은 "전 세계는 오스트리아에 예속된다".
밖으로 나와 도나우 운하(Donaukanal, 도나우카날)을 바라본다. 성 루페르토 성당은 중세에 소금 사무소(Salzamt, 잘츠암트)로 사용되었는데, 이곳에서 소금의 품질검사를 한 뒤 구매자에게 분배했다고 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도나우 운하의 소금 상인 부두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도나우 운하를 바라보는 곳에서 바로 뒤돌아서면 성 루페르토 성당의 탑이 있는데, 이곳에는 빈에서 제일 오래된 종이 있다. 1280년 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탑 아래에는 성 루페르토의 조각상이 있다.
사실 루페르토 성인은 가톨릭 교회에서 유명한 성인이 아니다. 나도 오늘 처음 들어본 성인. 그럼 대체 이 분은 어떤 분이시냐하면...
성 루페르토는 독일 보름스(Worms)의 주교로서 바이에른(Bayern)의 레겐스부르크(Regensburg)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의 활동 영역은 바이에른에서 도나우 강 지역까지 넓어졌고, 바이에른 공작으로부터 폐허가 된 유바붐(Juvavum)이라는 마을을 선물로 받아 주교가 직접 관할하는 도시를 세우게 된다. 성 루페르토는 마을의 소금 광산을 개발하여 도시를 건설하고, 그곳의 초대 교구장이 되어 마을의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이름이 바로 '소금성'이라는 뜻의 잘츠부르크(Salzburg)다. 잘츠부르크의 수호성인. (출처: 가톨릭 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