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gorian Chants - Mass VIII (Missa de Angelis)
지난 글에서 악마의 음정과 죽음의 무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았으니 이번 글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의 곡은 그레고리오 성가 중 미사곡 8번 '천사 미사곡'(Gregorian Chants - Mass VIII 'Missa de Angelis')으로, 말 그대로 가톨릭 교회(천주교회)의 전례에서 쓰이는 종교음악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서양 고전음악을 감상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교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미사곡의 의미를 아는 것이 필요한데, 이유는 당연히 종교음악 혹은 종교에 기반을 둔 음악이 서양 고전음악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작품 중 반이 루터 교회를 위한 종교음악들이며, 많은 명 작곡가들이 가톨릭 교회를 위한 위대한 미사곡들을 작곡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나 단조 미사 BWV 232 (Mass in B minor, BWV 232)',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51)의 '레퀴엠 KV 626 (Requiem KV 626)',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장엄 미사 작품번호 123(Missa Solemnis Op. 123)',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의 '독일 레퀴엠 작품번호 45(German Requiem, Op. 45)',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의 '레퀴엠 작품번호 48(Requiem, Op. 48)' 등의 명곡들을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멀리하기엔 그 곡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위대하다. 따라서 오늘은 그 기본이 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미사곡을 소개하며, 음악 자체보다는 그리스도교와 미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통틀어 아브라함계 종교라고 한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같은 신을 섬기는 종교지만, 세부 교리의 차이로 서로 다른 종교로 발전했다. 히브리문자 표기가 가진 특성(아브자드אבג'ד: 모음을 표기하지 않고 자음만 표기하는 것)과, 불경하다는 이유로 이름을 부르는 대신 '나의 주님'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신의 정확한 이름은 잊혀버렸다. 후대에 와서 '야훼'라고 추측할 뿐이다.
유다교가 셋 중에 제일 오래된 종교인데, 유다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선택받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과 구원의 계약을 맺었다.'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유다교의 경전에서는 '계약'이라는 단어가 자주 출현한다.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과 내 계약을 세운다. 내가 너희와 내 계약을 세우니, 다시는 홍수로 모든 살덩어리들이 멸망하지 않고, 다시는 땅을 파멸시키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내가 땅 위로 구름을 모아들일 때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나타나면, 나는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어리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로 드러나면, 나는 그것을 보고 하느님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겠다."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나와 땅 위에 사는 모든 살덩어리들 사이에 내가 세운 계약의 표징이다." (창세기 9장 8-17절)
유다교의 제사 의례 중 눈여겨볼 것은 바로 번제(קָרְבַּן עוֹלָה, Holocaust or Burnt Offering)로,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속죄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었다. 번제는 죄 없는 동물을 제단에 바쳐 태우며 자신의 죄를 대신 씻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노아는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들 가운데에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서 바쳤다. (창세기 8장 20절)
시간이 흘러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애굽)에서 고통을 당하자 하느님은 모세를 보내어 이들을 가나안으로 이끈다. 이때 하느님이 이집트에 재앙을 내린다.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에게 이렇게 일러라. '이달 초열흘날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집집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만일 집에 식구가 적어 짐승 한 마리가 너무 많거든, 사람 수에 따라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과 함께 짐승을 마련하여라. 저마다 먹는 양에 따라 짐승을 골라라. 이 짐승은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가운데에서 마련하여라. 너희는 그것을 이달 열나흗날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가 모여 저녁 어스름에 잡아라. 그리고 그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라. 그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그것을 날로 먹거나 물에 삶아 먹어서는 안 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이 있는 채로 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아침까지 아무것도 남겨서는 안 된다. 아침까지 남은 것은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 신들을 모조리 벌하겠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가 있는 집에 발린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탈출기 12장 1-14절)
이 축제가 바로 유다인들에게 제일 큰 명절인 과월절(라틴어 Pascha, 영어 Passover)이다. 다시 또 시간이 흘러 이스라엘 민족은 외세에 침략당하고, 모세나 다윗왕처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할 '메시아(מָשִׁיחַ)'를 보내시리라는 '메시아 대망'이 싹튼다. 메시아는 히브리어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으로, 과거 이스라엘의 왕, 사제, 예언자들은 머리에 기름을 붓는 의식을 했다.
그리스도교가 태동하는 약 2000년 전, 유다 왕국은 로마 제국의 속국이 되어 있었다. 현대의 대한민국에 재림예수가 넘쳐나듯이 2000년 전 유다인들 사이에서도 메시아들이 넘쳐났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예슈아라는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신이 죽고 부활하리라 예언했다. 예슈아가 실제로 부활했는가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다만 로마 제국의 탄압과 다수의 바리사이파 유다인들 사이에서 그를 메시아로 믿는 사람들이 향후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될 때까지 신앙을 지켰다는 점이 그의 죽음 이후 그의 제자들에게 부활에 준하는 강렬한 체험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에서 갈라져 나오게 된다. 유다인들이 예슈아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한 이유는 그가 거짓 메시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제자들은 그를 하느님의 참 아들이자 참 메시아라고 믿었다. 후에 이슬람교 신자들은 그를 하느님의 아들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직접 보내신 예언자라고 믿었다. 예슈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브라함계 종교가 나뉜다.
당시 로마 제국 서쪽의 언어는 라티움어였으나, 가장 찬란한 문화는 동쪽의 헬레니즘 문화였다. 따라서 로마 제국 안에서도 그리스어가 공용어로 쓰였으며, 이 시기의 그리스어를 코이네 그리스어 혹은 헬라어(한자로 음차 해서 희랍어)라고 한다. 예슈아의 행적은 이 헬라어로 남겨지는데, 이를 복음(헬라어 εὐαγγέλιον, 라티움어 evangelium)라고 한다. 히브리어 '예슈아 메시아(ישוע מָשִׁיחַ)'를 헬라어로 옮긴 것이 '예수스 크리스토스(Ἰησοῦς Χριστός)'다. 이를 음차한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혹은 '예수 기리사독(줄여서 기독)'이다.
이제 복음서 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 중 하나인 '최후의 만찬'을 이야기해보자. 유다인인 예수는 다른 유다인들과 마찬가지로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파스카) 축제를 지낸다.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루셨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그리고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루카 복음서 22장 14-20)
그리스도교에서 이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에서의 죽음이 가장 중요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사건이 예수가 구세주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은 죄 없는 동물의 번제를 통해 속죄하고, 죄 없는 동물의 피는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데에 쓰인다. 하느님께서 손수 준비하신 죄 없는 인간-원죄 없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난 하느님의 아들 예수-이 인류를 위하여 대신 죽음으로써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그의 피로 새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교리다. 옛 계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지켜야할 계명이 '십계명'이었다면, 새 계약에서 예수의 제자들이 지켜야할 계명은 '사랑'이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였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있다." (마태오 복음서 22장 36-40절)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 복음서 13장 34-35절)
그리스도교의 경전은 예수 이전의 이스라엘 민족과 하느님의 옛 계약(구약, 유다교의 경전)과 예수 이후의 인류와 하느님의 새 계약(신약) 이렇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그리스도교가 태동했을 때 로마 제국은 이 신흥종교를 핍박했지만 이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대에 이르러 그리스도교는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었다. 예수가 세운 사도들과 그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은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동의 지역 종교인 유다교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는 유럽의 토착 종교들을 밀어내고 만민의 종교로 발돋움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아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16장 13-19절)
예수의 부활로부터 약 1000년 뒤, 베드로의 후계자인 로마(서로마의 수도)의 주교와 안드레아의 후계자인 콘스탄티노폴리스(동로마의 수도)의 주교가 교황 수위권 다툼으로 서로 갈라선다. 로마의 주교는 위 마태오 복음서의 구절을 근거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로마 주교가 다른 주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다른 지역의 주교들은 명예상의 우위일 뿐이라며 논쟁하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파문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현재 서방의 교회를 가톨릭 교회(천주교), 동방의 교회를 정교회라고 부른다. 예수의 부활 이후 1000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는 당연하게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예수가 잡히기 전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한, 공동체가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고, 빵을 떼서 나누고, 포도주잔을 돌리는 이 성찬례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이 성찬례는 빵을 떼서 나눈다는 큰 틀에서는 어느 지역이나 같았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
동방과 서방의 전례가 달랐고, 서방 안에서도 로마 전례, 갈리아 전례, 암브로시오 전례 등 여러 지역의 전례들이 있었다. 서방의 전례는 샤를마뉴(Charlemagne)의 주도 아래 로마 전례로 통일되어갔는데, 이때 샤를마뉴가 하드리아누스 교황에게 요청한 것이 그레고리오 대교황이 편찬한 그레고리오 성사집(Sacramentario Gregoriano)이다.
1517년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종교개혁을 시작으로 울리히 츠빙글리(Ulrich Zwingli, 1484-1531),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등의 개혁가들에 의해 개신교가 서방교회에서 갈라져 나온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글로 적힌 '성경'과 함께 초대교회로부터 내려오는 '성전(거룩한 전승)'도 인정하지만, 개신교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외치며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기존 교회의 관습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개신교의 출현 이후 성찬례에서의 빵과 포도주의 성변화에 관한 논쟁이 일었다. 가톨릭 교회는 성변화 이후 빵과 포도주가 실재하는 예수의 몸과 피라고 주장했지만 츠빙글리는 성변화가 상징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칼뱅은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를 영적으로 전해주기 위한 매개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교회는 내부의 신앙을 확고히 규명하고 제시하기 위하여 트리엔트 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1545-1563)를 개최하고, 이때 새로운 전례 개혁이 이루어진다.
즉, 우리가 듣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미사곡들은 이때 만들어진 트리엔트 전례를 기반으로 작곡된 곡들이다. 트리엔트 전례는 라티움어로만 행해졌기 때문에 미사곡 또한 라티움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즉슨, 라티움어를 모르는 당시의 신자들은 전례 안에서 참여하는 크기가 미미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 현대의 가톨릭 신자들은 자국의 언어로 전례에 참여한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가능해진 것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Concilium Vaticanum Secundum, 1962-1965)에서 발전된 연구들을 통하여 전례를 보다 초대교회의 형태에 더 가깝게 일반 신자가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혁한 것에 기인한다.
현대의 성당에 갔을 때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국어 전례는 바로 이 새로운 전례(속칭 바오로 전례)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는 라티움어이기 때문에 여전히 전례의 공식 언어는 라티움어이며, 자국어 전례 안에서 각 지역의 고유한 미사곡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나, 라티움어로 불리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전례의 공식적인 성가다.
교회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로마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식하고, 따라서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전례 행위 안에서 첫자리를 부여한다. 다른 종류의 성음악, 특히 다성 음악도 제30항의 규범에 따라, 전례 행위의 정신에 부합한다면, 거룩한 예식의 거행에서 결코 배제되지 않는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중 6장 성음악)
따라서 라티움어로 불리는 그레고리오 성가집의 미사곡을 아는 것이 다른 미사곡들을 듣기 위한 첫걸음이라 하겠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전례의 구조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현행 바오로 미사를 기준으로 하나, 미사의 전체적인 구조, 기도문 텍스트는 변하지 않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트리엔트 전례에 기반한 미사곡을 듣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보통 미사곡은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앙고백(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의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소개하는 천사 미사곡은 한 작곡가가 한 번에 작곡한 것이 아니라 11-16세기에 따로 만들어진 곡들을 18세기에 하나로 묶은 것이다. 천사 미사곡 안에는 신앙고백이 존재하지 않으나, 보통 그레고리오 성가집 안의 신앙고백 3번 곡을 사용한다. 다섯 곡의 기도문 내용이 전체적인 전례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가톨릭 교회의 통상 전례 순서를 싣되(원문 링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위의 다섯 기도문과 성찬 축성문, 주님의 기도를 제외한 다른 기도문은 싣지 않는 대신 한국 천주교 미사통상문에 나와있는 설명을 인용하며 갈음하였다.
(주: 기도문 번역은 한국 천주교에서 사용되는 기도문을 그대로 옮겼지만, 대영광송과 신앙고백, 주님의 기도의 경우 라티움어 원문의 의미를 음악 내에서 따라가기 위하여 라티움어 순서에 따라 바뀐 부분이 있다.)
미사의 두 부분
미사는 잔치의 형식을 통하여 십자가 제사를 성사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 미사는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밀접히 결합하여 단 하나의 예배를 이루고 있어,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키거나 어느 하나를 종속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사실 미사 안에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이 함께 차려져, 신자들은 그 식탁에서 가르침을 받고 원기를 회복한다. 이 두 부분 외에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이 있다.
시작 예식
말씀 전례 앞에 오는 예식, 곧 입당, 인사, 참회, 자비송, 대영광송과 본기도는 시작하고 이끌고 준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예식들의 목적은 한데 모인 교우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믿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합당하게 성찬례를 거행할 준비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1. 입당 및 인사
입당송의 고유한 기능은 미사 거행을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촉진하며, 그들의 정신을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인도하고, 그들을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키는 데에 있다.
2. 참회
그리스도 공동체는 참회의 행위로써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하느님과 모든 형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사실 죄는 하느님과 교회를 해치는 것이다. 중죄를 지은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성사적 가치는 지니지 못할지라도 이 참회의 시간은 중요하다. 아직도 자신의 죄에 묶여 있거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회개하지도 않은 사람은 주님의 파스카 거행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없고 주님의 몸과 피를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3. 자비송
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Christe eleison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미사곡의 첫째 곡은 자비송(Kyrie)으로 전체 미사통상문 중에 유일하게 라티움어가 아니다. 헬라어를 라티움어로 옮겨온 것으로, 헬라어 원문은 "Κύριε ἐλέησον, Χριστὲ ἐλέησον, Κύριε ἐλέησον."이다. 자비송은 이중적 가치를 지니는데 새로 오실 구세주에 대한 환호(Κύριε: 황제적이고 개선적인 호격)와 참회의 용서에 대한 간청이다.
4. 대영광송
교회는 매우 오래되고 고귀한 이 찬미가로써 성령 안에 함께 모여 하느님 아버지와 어린양께 영광을 드리고 간구한다.
Glória in excélsis Deo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et in terra pax homínibus bonae voluntátis.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Laudámus te,
주님을 기리나이다,
benedícimus te,
찬미하나이다.
adorámus te,
주님을 흠숭하나이다,
glorificámus te,
찬양하나이다.
grátias ágimus tibi propter magnam glóriam tuam,
주님 영광 크시오니 감사하나이다.
Dómine Deus, Rex cæléstis,
주 하느님 하늘의 임금님
Deus Pater omnípotens.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
Dómine Fili Unigénite, Iesu Christe,
외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Dómine Deus, Agnus Dei, Fílius Patris,
주 하느님, 하느님의 어린양, 성부의 아드님,
qui tollis peccáta mundi, miserére nobis;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qui tollis peccáta mundi, súscipe deprecatiónem nostram.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Qui sedes ad déxteram Patris, miserére nobis.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신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Quóniam tu solus Sanctus, tu solus Dóminus, tu solus Altíssimus,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며, 홀로 높으신 예수 그리스도님
Iesu Christe, cum Sancto Spíritu: in glória Dei Patris. Amen.
성령과 함께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 안에 계시나이다. 아멘.
대영광송의 텍스트는 루카 복음서의 예수 탄생 일화에서 기반한 것이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복음서 2장 10-14절)
대영광송은 자비송 뒤에 바로 이어지는데, 자비송에서 'Κύριε'를 통한 주님에 대한 찬양과 찬미가 대영광송에서 성부, 성자, 성령 각 위격에 대한 찬양으로 확장되는 의미를 가진다.
5. 본기도
이 기도는 그날 거행되는 신비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사제의 말로써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한다.
말씀 전례
독서와 그 사이에 오는 노래들이 말씀 전례의 중심 부분을 구성한다. 강론, 신앙 고백, 보편 지향 기도와 관련 기도문은 이 부분을 전개하고 마감한다. 말씀 전례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그 백성에게 해방과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 보이시며, 영신의 양식을 주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을 통하여 백성들 가운데 현존하신다. 교우들은 침묵과 노래로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것으로 삼고, 신앙 고백으로 자신을 말씀에 일치시킨다. 이렇게 양식을 얻은 백성은 보편 지향 기도를 통하여, 세계 교회의 필요한 은혜와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한다.
1. 제1 독서: 해당일의 복음과 관련된 구약의 한 부분을 읽는다.
2. 화답송: 시편을 노래한다.
3. 제2 독서: 복음서를 제외한 신약의 한 부분을 읽는다.
4. 복음환호송: 알렐루야를 노래한다.
5. 복음: 사제가 복음서를 읽는다.
6. 강론: 사제가 그날의 말씀에 대해 강론한다.
7. 신앙고백
Credo in unum Deum,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Patrem omnipoténtem,
전능하신 아버지,
Factórem cæli et terræ,
하늘과 땅과
Visibílium ómnium et invisibílium.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Et in unum Dóminum Iesum Christum,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Fílium Dei Unigénitum,
하느님의 외아들
Et ex Patre natum ante ómnia sæcula.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Deum de Deo, lumen de lúmine, Deum verum de Deo vero,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 빛에서 나신 빛,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Génitum, non factum, consubstantiálem Patri: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한 본체로서
Per quem ómnia facta sunt.
만물을 창조하셨음을 믿나이다.
Qui propter nos hómines et propter nostram salútem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Descéndit de cælis.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나이다.
Et incarnátus est de Spíritu Sancto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Ex María Vírgine, et homo factus est.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
Crucifíxus étiam pro nobis sub Póntio Piláto;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Passus, et sepúltus est,
수난하고 묻히셨으며
Et resurréxit tértia die, secúndum Scriptúras,
성서 말씀대로 사흗날에 부활하시어
Et ascéndit in cælum, sedet ad déxteram Patris.
하늘에 올라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심을 믿나이다.
Et íterum ventúrus est cum glória,
그분께서는 영광 속에 다시 오시리니
Iudicáre vivos et mórtuos,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Cuius regni non erit finis.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으리이다.
Et in Spíritum Sanctum, Dóminum et vivificántem: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Qui ex Patre Filióque procédit.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Qui cum Patre et Fílio simul adorátur et conglorificátur: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Qui locútus est per prophétas.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Et unam, sanctam, cathólicam et apostólicam Ecclésiam.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
Confíteor unum baptísma in remissiónem peccatorum.
죄를 씻는 유일한 세례를 믿으며
Et expecto resurrectionem mortuorum,
죽은 이들의 부활과
Et vitam ventúri sæculi. Amen.
내세의 삶을 기다리나이다. 아멘.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Symbolum Nicaeno-Constatinopolitanum)이라고도 한다. 그리스도교가 분열하기 전에 만들어진 신앙고백문으로 종파를 막론하고 받아들여지며, 그리스도교 교리의 정수를 공의회에서 공표한 것이다.
8. 보편지향기도
보편 지향 기도의 순서는 보통 (1) 교회, (2) 위정자와 온 세상의 구원, (3)온갖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이들, (4) 지역 공동체를 위하여 한다.
성찬 전례
그리스도께서는 마지막 만찬에서 새로운 파스카를 세우시고, 이를 통하여 교회 안에 십자가 제사를 현존하게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제는 주님 친히 행하시고, 당신을 기억하여 행하도록 제자들에게 맡기신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 예물 봉헌에서 빵과 포도주가 물과 함께 제대로 운반된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당신 손에 드셨던 것과 같은 것들이다. 감사 기도 안에서 구원의 업적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기도의 힘으로 봉헌물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 하나의 빵을 쪼갬으로써 신자들의 일치가 드러난다. 신자들은 성찬의 참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 성찬의 참여는 그 옛날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손에서 빵과 포도주를 받던 것과 같은 모양으로 행해진다.
1. 예물 기도
이 기도로 예물 준비를 마치며, 예물을 하느님께 드린다. 이 기도로 감사 기도를 준비한다.
2. 감사기도
이제 전례 거행 절정의 순간, 곧 감사와 축성의 기도라고 할 수 있는 감사 기도가 시작된다. 사제는 주님께 마음을 들어 올리도록 교우들을 초대하고, 온 공동체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장엄 기도 안에서 그들을 자신과 하나 되게 한다. 모든 교우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하느님의 위대하신 업적을 찬양하고, 제사를 봉헌한다.
3. 거룩하시도다
Sanctus, Sanctus, Sanctus,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Dominus Deus Sabaoth.
온 누리의 주 하느님!
Pleni sunt cæli et terra gloria tua.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그 영광!
Hosanna in excelsis.
높은 데서 호산나!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Hosanna in excelsis.
높은 데서 호산나!
앞부분은 구약의 예언서에서 기원한다.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에, 나는 높이 솟아오른 어좌에 앉아 계시는 주님을 뵈었는데, 그분의 옷자락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분 위로는 사랍들이 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이사야서 6장 1-3절)
뒷부분은 시편에서 기원하여 복음서에 나온 구절에 기원한다.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아, 주님 구원을 베푸소서. 아, 주님, 번영을 베푸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오는 이는 복되어라. 우리는 주님의 집에서 너희에게 축복하네. 주님은 하느님 우리를 비추시네. 제단의 뿔에 닿기까지 축제 제물을 줄로 묶어라. 당신은 저의 하느님, 당신을 찬송합니다. 저의 하느님, 당신을 높이 기립니다. 주님을 찬송하여라, 좋으신 분이시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시편 118, 24-29절)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딸 시온에게 말하여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암나귀를, 짐바리 짐승의 새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제자들은 가서 예수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암나귀와 어린 나귀를 끌고 와서 그 위에 겉옷을 펴 놓았다. 예수님께서 그 위에 앉으시자, 수많은 군중이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다. 또 어떤 이들은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았다. 그리고 앞서 가는 군중과 뒤따라가는 군중이 외쳤다.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마태오 복음서 21장 4-9절)
호산나는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라는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해 이 기도문은 천사(사랍)들과 함께 세 번 거룩하신 주님을 외치며 천상 전례에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4. 성령 청원
교회는 봉헌된 예물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해 달라고 하느님의 능력을 청하며 기원한다.
5. 성찬 제정과 축성문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세우신 제사가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위로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봉헌하시고, 그것을 먹고 마시라고 제자들에게 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제자들 에게 이 신비를 영구히 거행하라고 명하셨다.
Qui cum Passioni voluntarie traderetur, accepit panem et gratias agens fregit, deditque discipulis suis, dicens: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Accipite et manducate ex hoc omnes:
Hoc est enim Corpus meum, quod pro vobis tradetur.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Simili modo, postquam cenatum est, accipiens et calicem, iterum gratias agens dedit discipulis suis, dicens:
저녁을 잡수시고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Accipete et bibite ex eo omnes:
Hic est enim calix Sanguinis mei novi et aeterni testament,
qui pro vobis et pro multis effundetur in remissionem peccatorum.
Hoc facite in meam commemorationem.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6. 기념과 봉헌
교회는 사도들을 통하여 그리스도께 받은 명령을 이행하면서 특별히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여 기념한다. 교회는 이것을 기념하면서 특별한 양식으로, 그 순간에 그 자리에 모인 교회를 성령 안에서 깨끗한 제물로 아버지께 봉헌한다. 교회는 신자들이 예수님의 제사를 봉헌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봉헌할 줄 알기를 바란다.
7. 전구
성찬례는 천상과 지상의, 온 교회의 통공 안에서 거행된다. 교회의 봉헌은 교회를 위하여, 또 그의 모든 지체, 곧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하여 행해진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하여 얻은 해방과 구원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8. 마침 영광송
이 기도는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스러운 찬미이며, 백성의 환호로 확인되고 끝맺는다.
영성체 예식
성찬례의 거행은 파스카 잔치이기 때문에 주님의 명령에 따라 준비를 제대로 갖춘 신자들이 주님의 몸과 피를 영적인 양식으로 받아 모시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에 빵을 쪼개어 나누고 신자들이 직접 성찬에 참여하도록 준비시키는 예식들이 있다.
1. 주님의 기도
이 기도 안에서 날마다 먹을 양식을 청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양식이 성찬의 빵, 곧 성체를 암시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주님의 기도에서는 또 죄의 정화를 간청한다. 그리하여 참으로 “거룩한 선물이 거룩한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Praeceptis salutaribus moniti, et divina institutione formati, audemus dicere: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Pater noster, qui es in caelis: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sanctificetur Nomen Tuum;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adveniat Regnum Tuum;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fiat voluntas Tua,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sicut in caelo, et in terra.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Panem nostrum quotidianum da nobis hodie;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et dimitte nobis debita nostra,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Sicut et nos dimittimus debitoribus nostris;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et ne nos inducas in tentationem;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sed libera nos a Malo.
악에서 구하소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주었다는 기도문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 제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기도문이다. 루카 복음서와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데, 루카 복음서의 것이 조금 더 짧기 때문에 원본에 가깝다고 받아들여지고, 그리스도교에서는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 것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6장 9-15절)
2. 평화 예식
신자들은 평화 예식으로 교회와 온 인류를 위하여 평화와 일치를 간구하고, 또한 성체를 모시기 전에 교회에서 누리는 일치와 서로의 사랑을 표현한다.
3. 빵 나눔
빵을 쪼개는 동작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행하셨던 것인데, 큰 빵을 나눈다는 실천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신 오직 하나의 생명의 빵을 나눔으로써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는 데에서 의미를 지닌다.
4. 하느님의 어린양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일 년 된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고, 유다인의 번제물처럼 죄 없는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하였기 때문에 예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바로 어린양이다. 구약에 나오는 어린양은 하느님을 위하여 인간이 준비한 것이지만, 예수는 하느님이 인류를 위하여 준비하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부른다. 예수에게 세례를 준 세례자 요한도 예수를 보고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외친다.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하고 내가 전에 말한 분이시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로 준 것은,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한은 또 증언하였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요한 복음서 1장 25-34절)
5. 영성체
영성체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잔치로 당신 교회에 남겨 주신 제사에 온전히 참여하게 한다. “사제와 마찬가지로 신자들도 바로 그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로 주님의 몸을 모시고, 미리 허용된 경우에는, 성작에서 성혈을 모시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표지들을 통하여, 영성체가 현재 거행되는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6. 영성체송
이 노래는 하나의 목소리로, 성체를 모신 사람들이 영적으로 하나 됨을 표현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드러내며, 그리스도의 몸을 받으러 나아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좀 더 친교와 일치를 이루게 하는 목적을 갖는다.
7. 영성체 후 기도
성체를 받아 모시고 나서 드리는 이 기도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를 계속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고, 주님 잔치의 풍성한 결실을 청하는 것이다.
마침 예식
1. 강복
2. 파견
파견은 교우들을 헤쳐 보내어, 각자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 주님을 찬미하며 맡은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복음화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라티움어로 파견하는 말이 "Ite, missa est."다. 가톨릭 교회의 성찬례를 미사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