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 Leben in Wien/Alltag: 일상

2019. 06. 08. 동기모임 - Kahlenberg

6월 10일 월요일은 공휴일 (성령강림대축일)이니 긴 연휴동안 놀러가자는 동기들. 다들 혈기왕성하여 토요일엔 칼렌베르크 (Kahlenberg)에 가서 와인을 마시고 일요일엔 1박2일로 브르노 (Brno)에 가잔다. 파리 다녀와서 쉬질 못했기 때문에 브르노 여행은 참석 안하고 칼렌베르크에만 가기로 했다.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

CL과는 당연하게도 38A 버스를 타고 올라갔지만, 이 친구들은 유럽인 아니랄까봐 걸어서 올라가잔다. 안그래도 우리 랩 그룹리더가 lab out으로 하이킹 가자해서 머리가 띵한데 얘네까지 하이킹타령. 하지만 소심한 한국인은 조용히 따라간다.

Straßenbahn D 북쪽 종점인 Nußdorf-Beethovengang에 내리면 칼렌베르크 산책로 (Kahlenberg Wanderweg, 링크)가 시작된다. 다같이 웃고 떠들고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하며 올라간다. 바람도 시원하고 그늘지고 경사도 완만하고 물도 흐르고, 집에서 나오는 것은 언제나 귀찮지만 나오면 또 기분이 좋다. 가다가 포도원 발견하면 난리법석. 물론 아직 시간이 일러 연 곳이 없다. 칼렌베르크 정상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옆으로 새서 (유일하게 열었던) 포도원에 들어가서 와인 한 잔.

그리고 조금 더 걷다가 또 다른 포도원 (우리가 원했던)에 들어가서 와인과 '치즈/햄 플래터 같은 무언가'를 주문하고 햇볕을 즐기며 길게 수다를 떨었다.

Mayer am NussbergKahlenberger Straße ggü. 210, 1190 Wien (구글지도 링크)

나는 F와 P와 P의 남자친구 A와 함께 앉았는데, F는 과묵한 성격이라 주로 듣기만 하고, 러시아인인 P와 A와 나는 러시아에 대한 인터넷 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엄청 웃어댔다. '마더 로씨야'부터 시작해서 '곰 타는 푸틴 각하'까지. 푸틴 인터넷 짤들은 반 정도는 아마도(?) 정부에서 만들지도 모른다고... (한국도 뭐...) P와 A는 한국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데, 이 친구들은 서울에 꼭 한 번 가고 싶어하고, 심지어 아시아인을 봤을 때 한국인은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과 조금이라도 붙어있는 이웃나라(?)라서 그런지 북한에 대한 질문도 엄청 많이 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더라. 조만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갈 의향이 있다고 하니까, 가기전에 자기들에게 꼭 말하라고. 여행정보들 알려주겠단다. 여행정보에서 제일 귀중한 것은 역시 현지인 추천 맛집.

두 번의 포도원 방문 후에 드디어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경사가 조금 가파른데, 네덜란드에서 온 내 랩 동기 E는 "We should rethink about the lab out hiking!" 이라며 헐떡이면서 말했다. 백 퍼센트 공감합니다 선생님. 저는 몇 시간 동안 '진짜' 산을 타고싶지 않아요.

정상 전망대 구석에서 단체샷을 찍으려고 하는데 각도가 안나오자 미국에서 온 A가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서 삼각대를 설치한다. 그녀의 열정으로 정말 좋은 구도의 사진이 나왔지만,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풍경찍겠다고 소리없이 우리 뒤로 오셔서 좀 웃긴 사진이 되었다. 이 또한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

내려가다가 세 번째 포도원에 들어가서 죽치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 오스트리아인들은 무언가에 탄산수를 섞어마시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와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섞어마시니 생각보다는 나쁘지않다. (우리 그룹리더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너희 한국인들은 맥주에 슈납스 섞어 먹자나!". 할 말이 없다 진짜.) 거의 20:00이 다되어서 포도원에서 나와 내려가기 시작하고, 이제야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앞의 무리가 음악을 틀고 내려가는 것을 따라 내려가며 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Kahlenberg, Wien

박사과정 시작한 뒤 맞는 첫 주말은 앞으로 함께 고군분투 할 동기들과 아홉 시간의 (하이킹을 가장한) 산책과 와인, 그리고 즐거운 수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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