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6. 12. 슈니첼과 미트볼
사실은 어제 다녀올 예정이었다. 퇴근하다가 마주친 HL 박사님과 이야기하다가 시간을 놓쳐서 오늘 다녀오게 되었다. 내 계좌가 없을 적 D가 친절하게도 계좌를 빌려주어서 인터넷 설치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 내 계좌로 바꾸어야지.
오스트리아에서 면대면으로 하는 일처리는 항상 빨라서 느릴 것이라는 나의 예상 (어쩌면 기대)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오늘도 3분도 안되어서 끝이 났다. 우편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도대체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쇼핑거리에 나왔으니 저장해둔 맛집에 가보기로 했다. 맛집 정보는 중요하다.
Schnitzelwirt, Neubaugasse 52, 1070 Wien (구글지도 링크)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니 유명한 집이긴 한가보다. 들어갔을때 빈 작은 테이블이 없어서 큰 원형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얼마 뒤 남녀 두 명이 와서 (역시나 작은 테이블이 없어서) 합석을 하게 되었다. '관광객이군' 이라고 생각하며 맥주 한 잔과 마늘슈니첼을 시키고 CL과 YH와 카카오톡. 내 마늘슈니첼과 함께 앞의 두 명의 음식도 함께 서빙되었는데,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소스는 원래 안나오는건가요?"
당연하지. 이건 돈카츠가 아니잖아? (물론 이렇게 대꾸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스몰 챗은 음식을 다 먹고서도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각자 하는 일부터 교육시스템까지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떠들었다. 스웨덴 출신으로 잠시 여행 온 사람들이었는데, 스웨덴 사람들에 대해 비꼬면서 이야기하는데에 도가 튼 사람들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아주 폐쇄적이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모든건 다 집으로 귀결되지."
"아 그래서 IKEA를 만든 것이로군?"
"그래서 사람들이 비싼 이탈리아제 가구들에 돈을 조금 덜 쓰게 되었지."
스웨덴인들은 너무 폐쇄적이어서 (핀란드인보다는 덜하지만) 포옹도 잘 안한다고 한다. 대학다닐 때 일면식도 없는 독일인들이 서로 포옹하면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내가 이번에 시작할 때 그룹리더가 오랜만에 본다면서 포옹했다고 하니까 깔깔댄다.
"한국에서 교수랑 인사하며 포옹하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일조량과 자살과 사회적 압박 등등에 관한 엄청난 수다를 마치고 계산하려는데, 현금이 없는 그들. 그리고 현금만 받는 식당. 내가 EUR 30.00 빌려주고 나가면서 ATM에서 받기로 했다.
"스웨덴에서는 현금없는 삶을 살 수 있단 말이지."
"한국도 마찬가지야. 여긴 정말..."
ATM 앞에서 돈을 돌려 받고 페이스북 친구를 맺으니, 여자가 말한다.
"포옹을 하지 않는 스웨덴인과 한국인! 하지만 오늘은 포옹을 하자!"
서로 어색한 포옹을 나누고 (여자 왈 "역시 우린 포옹하는데 서툴러!") 남자가 말하길,
"스웨덴에 올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해. 오스트리아에서 슈니첼을 먹었으니 스웨덴에서는 미트볼을 먹으러 가자!"
"고마워! 오스트리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조심히 돌아가!"
그러니까 스웨덴인이 폐쇄적이라는건 다 거짓말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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