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k

J. S. Bach - Well-Tempered Clavier Book II BWV 870-893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 (1941년 11월 20일)

항간에 의하면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시가 윤동주의 '서시'라고들 한다. '서시'를 좋아하는 한국인 모두가 윤동주의 일생과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동주의 삶을 몰라도,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몰라도, 한국어를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도 서시를 낭독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모두가 느끼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시가 되었으리라.

건반악기라는 것은 참으로 독특하다. 오보에는 오직 하나의 선율만 연주할 수 있고, 바이올린은 종종 화음을 연주하긴 하지만 그래도 태생적으로는 선율 악기이다. 그래서 풍부한 음악을 만들기 위하여 항상 반주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건반악기이든, 다른 선율 악기들의 집합체이든. 하지만 건반악기는 홀로 완전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선율과 반주를 한꺼번에 연주할 수 있고, 평균율의 발명으로 24개의 모든 장단조를 한 악기에서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바흐를 포함한 후대의 작곡가들은 이 평균율로 조율된 건반악기 위에서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으로 수만 가지 갈래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바로 '조성 음악'이라는 언어로 말이다. 윤동주의 '서시'를 감상하기 위해 한국어를 알아야 하듯이,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곡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우리도 적어도 그들의 알파벳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많은 작곡가들의 위대한 작품들을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은 우리가 음악시간에 접했던 것들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중세에는 '교회 선법'으로 그리스도교 전례에 쓰이는 거룩한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만들어졌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조성 음악'이 나타나게 되었고 필요에 의해 순정률을 거쳐 평균율이 발명되게 된다. 그렇다면 '조성'이란 무엇인가. 한국어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조성(調性, tonality)이 있는 음악은 음악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하나의 음 또는 하나의 화음을 중심으로 하여 일정한 음악관계를 가지고 있을 경우를 말한다.'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프랑스 민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에 의한 열두 개의 변주곡 KV265 (Die Zwölf Variationen über das französische Lied „Ah, vous dirai-je, Maman“ KV265)'의 조성은 다 장조(C major)인데 이는 이 곡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다 장조의 으뜸음인 C를 중심으로 하여 음악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다 장조의 음계(Scale)를 살펴보자.

 

다 장조 음계(C major scale)

 

다 장조의 음계는 한국어로는 '다라마바사가나다', 영어로는 'CDEFGABC'(독일어로는 'CDEFGAHC')로 이루어진다. 건반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겠다.

 

건반 위에서의 다 장조 음계

 

한 옥타브를 선형적으로 1200센트로 나누었을 때, 반음(semitone or half step)의 간격이 100센트가 된다. 예를 들어 두 흰건반 사이에 검은 건반이 없는 E-F와 B-C 사이가 그렇다. 이와 달리 두 흰건반 사이에 검은건반을 가지고 있는 음들도 있는데, 예로 C와 D 사이가 그렇다. 'C-C#', 'C#-D' 두 개의 반음 간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C와 D사이의 간격은 200센트이다. 이를 '온음(tone or whole step)' 간격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 장조 음계는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의 음 간격을 가지게 된다.

 

다 장조 음계의 음 간격

 

위에서 음을 알파벳(CDEFGAB)으로 표기했는데, 우리가 A라고 부르는 음들은 진동수 440Hz의 2 배수 관계에 있는 음들이다. (한 옥타브 높은 A는 220Hz, 한 옥타브 낮은 A는 880Hz) 이 표기는 고유한 진동수를 가진 음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조성과 무관한 물리적 성질에 의하여 정해지는 표기이다. 하지만 '조성 음악'에서 어떠한 음/화음과 '으뜸음/으뜸화음'간의 관계는 음높이와 상관없이 조성 안에서 정해 지므로, 음높이와 상관없이 그 음/화음의 성질을 표기하는 음이름이 필요하다. 이때 그 조성의 으뜸음을 '토닉(Tonic)'이라 부르는데, 조성(Tonality)을 생각한다면 왜 토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자명할 것이다.

다른 음들의 이름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에게 친숙한 계이름인 '도레미파솔라시도'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겠다. '도레미파솔라시도'에 관한 제일 유명한 노래는 아마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던 '도레미송'이겠지.

도레미송, 사운드 오브 뮤직

여기서 오리지널 버전의 '도레미송'을 소개한다.

성 요한 찬가, 그레고리오 성가
Ut 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
famuli tuorum,
Solve polluti
labii reatum,
Sancte Iohannes.

당신의 종이 당신의 업적의 훌륭함을
목소리로 편안히 함께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 입술의 죄를 씻어 주소서, 성 요한이여.
(성 요한 찬가)

이는 '성 요한 찬가'로 11세기경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c.991~c.1033)가 여기서 가사의 첫음절을 따 'Ut, Re, Mi, Fa, Sol, La'라는 이름을 붙이며 계이름이 만들어졌다. 이후 7음계가 만들어져 마지막에 도입된 음에 Sancte Iohannes에서 따온 'Si'를 붙이고, Ut이 닫힌 발음이기 때문에 Dominus(주님)에서 따온 Do가 Ut을 대신하면서 우리가 현재 쓰는 '도레미파솔라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계이름은 음이름처럼 음높이에 맞추어져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성에 따라 변한다. 다 장조에서 'CDEFGABC'가 '도레미파솔라시도'였다면, 라 장조에서는 'DEF#GABC#D'가 '도레미파솔라시도'인 것.

다시 음이름으로 돌아와 도레미송에 나오는 '도미미, 미솔솔, 레파파, 라시시'를 부르고 마지막 '시'에서 멈추어보자. 어떠한 느낌이 드는가? 마지막에 '도'가 나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는 무척 자연스러운 것으로, -즉, 토닉(도) 반음 아래의 음-엔 토닉으로 진행하려는 강한 방향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음을 '리딩톤(Leading Tone)'이라고 부른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퓌타고라스 음계로 돌아가보면, 도와 솔 사이에는 진동수 2:3의 비율이 존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솔은 도와 어울리는 소리를 내면서 아주 특별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는 뒤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 우선은 이 음을 '도미넌트(Dominant)'라고 부른다는 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퓌타고라스 음계에서 도에서 위로 솔을 만들었다면 아래로는 파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아래'로 만들어진 음이기 때문에, 라티움어 전치사 'sub'을 붙여 '서브도미넌트(Subdominant)'라고 부른다.

이제 순정률로 넘어가 보자. 순정률은 3화음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도와 솔 사이에서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냈던, 진동수 비율이 6:5:4였던 미를 기억하는가? 토닉(도)과 도미넌트(솔) 사이에 있는 이 사이음(미)을 '메디언트(Mediant)'라고 부른다. 똑같이 아래로 만들어진 도미넌트인 서브도미넌트(파)와 토닉(도) 사이에 있는 음(라)을 '서브메디언트(Submediant)'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면 '도레미파솔라시'중에 '레'만 남게 되는데, 레는 토닉 위에 있기 때문에 위를 뜻하는 라티움어 전치사 'super'를 써서 '수퍼토닉(Supertonic)'이라고 부른다.

 

다 장조의 음이름

 

'도레미파솔라시'만큼 '토닉-수퍼토닉-메디언트-서브도미넌트-도미넌트-서브메디언트-리딩톤'이 익숙해져야한다. 음이름들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다 장조(C major)에서 다른 장조들로 넘어갈 차례다. 퓌타고라스가 썼던 방법으로 C(토닉)에서 G(도미넌트)로 넘어가보자. 위의 악보에서 1번 음에서 5번 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CDEFGABC(12345671)'을 연주하면 우리가 다 장조라고 쉽게 알 수 있다. G를 토닉으로 하여 'GABCDEFG(56712345)'를 연주해보자.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든다. 다 장조를 '장조'처럼 들리게 하는 음 간격은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이었는데, 'GABCDEFG'는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반음-온음'이다. G의 메디언트(B)와 서브도미넌트(C) 사이는 C의 리딩톤(B)과 토닉(C)이므로 반음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리딩톤이 되어야 할 F와 토닉 G의 관계를 본다면 반음이 아니라 온음이다. '리딩톤'이 되려면 토닉과는 반음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F를 반음 올려서(F#) 토닉인 G와 반음 간격을 만들어주면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을 만들게 되어 '사 장조(G major)' 음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매번 F에 임시표 #을 붙이는 것은 번거로우므로, 악보 처음에 조표로 F에 #을 표시하여 번거로움을 없앤다.

 

사 장조 음계(G major scale)

 

그렇다면 다시 G에서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G의 도미넌트인 D를 토닉으로 하는 음계를 만들어보자. 앞과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므로 C를 반음 올려 리딩톤으로 만들어 주어야 라 장조(D major) 음계가 된다.

 

라 장조 음계(D major scale)

 

조표에 올림표가 붙는 조성은 이렇게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5도씩 올라가면 된다. 그렇다면 라 장조(D major) 다음은 무엇인가? 바로 가 장조(A major)이고, 리딩톤은 G#이다. 이렇게 올림표가 붙는 조성은 리딩톤을 만들기 위하여 토닉 바로 아래 음에 #을 붙이면서 만들어진다.

이번엔 서브도미넌트 방향으로 내려가 보자. C의 서브도미넌트인 F를 토닉으로 하는 음계는 'FGABCDEF'로 이루어진다. F의 리딩톤인 E는 이미 토닉과 반음 관계를 이루는데, 메디언트(A)와 서브도미넌트가 되어야할 B가 반음이 아닌 온음 관계를 이룬다. 따라서 B를 반음 내려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바 장조(F major) 음계다.

 

바 장조 음계(F major scale)

 

그렇다면 다시 F의 서브도미넌트인 Bb을 토닉으로 하는 음계를 만들어보자. 앞과 같은 현상이 똑같이 발생하므로, 서브도미넌트가 되어야 할 E를 반음 내려(Eb) 음계를 만들면 된다.

 

내림 나 장조 음계(B flat major scale)

 

조표에 내림표가 붙는 조성은 이렇게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5도씩 내려가면 된다. 마찬가지로 내림 나 장조(B flat major) 다음은 내림 마 장조(E flat major)이고, 서브도미넌트는 Ab이다. 이렇게 내림표가 붙는 조성은 서브도미넌트를 만들기 위하여 해당하는 음을 반음 내리며 만들어진다.

우리가 퓌타고라스 음계에서 C에서 시작하여 12개의 모든 음을 만들고 다시 C로(퓌타고라스 콤마가 발생하긴 했지만) 돌아왔듯이, 조성도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C에서 시작하여 모든 조성을 만들고 C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표현한 그림을 5도권(Circle of Fifth)이라고 한다.

 

5도권(Circle of Fifth)

 

우선 안의 소문자는 무시하고 바깥의 대문자를 보자. C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퓌타고라스 5도씩 올라가면, '파도솔레라미시' 순서로 #이 붙게된다. 다시 C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퓌타고라스 5도씩 내려가면 '시미라레솔도파' 순으로 b이 붙게 된다. 우리가 퓌타고라스 순서를 따라 조성을 만들어갔으므로, 이 조표가 붙는 순서도 당연히 퓌타고라스 순서를 따른다. 11시 방향에 있는 F부터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움직여보자. 바로 #이 붙는 '파도솔레라미시'가 보인다. 5시 방향에 있는 B부터 시작하여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여보자. b이 붙는 '시미라레솔도파'가 보인다. 따라서 '장조' 조표를 읽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조표가 #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마지막으로 붙어 있는 #의 음이 해당 조의 '리딩톤'이 된다. 조표가 b로 이루어져 있다면 마지막으로 붙어있는 b의 음이 해당 조의 '서브도미넌트'가 된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24개의 장단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우리가 지금까지 12개의 장조를 만들었으므로 이제 나머지 12개의 단조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사실 장조와 단조는 여러 가지의 교회 선법 중 각기 다른 선법에서 발전한 것이지만, 설명을 간단히 하기 위하여 여기에선 단조를 한 장조의 서브메디언트를 토닉으로 하는 단음계를 사용하는 조성으로 말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다 장조(C major)와 조표를 함께 쓰는 단조(관계조, relate key)는 다 장조의 서브메디언트인 A를 토닉으로 하는 가 단조(a major)가 된다. 가단조의 음계는 'ABCDEFGA'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를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라고 한다. 단음계에서도 같은 음이름이 적용된다. 딱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ABCDEFGA'는 순서대로 '토닉-수퍼토닉-메디언트-서브도미넌트-도미넌트-메디언트-서브토닉-토닉'으로 불린다는 점. 왜냐면 자연 단음계에서는 G와 A가 반음이 아닌 온음을 이루기 때문에 G가 리딩톤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라티움어 전치사 'sub'를 써서 '서브토닉(Subtonic)'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토닉-으뜸음-을 결정짓는 것은 리딩톤이다. A를 으뜸음으로 하는 음계가 (장음계든 단음계든) 청중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리딩톤이 필요하다. 따라서 서브토닉(G)을 반음 올려(G#) 리딩톤으로 만든 것(ABCDEFG#A)을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라고 한다.

화성 단음계는 화음을 쌓아 화성 진행을 만들 때 필요하다. 하지만 멜로디를 화성 단음계에서 지으려고 했더니, F(서브메디언트)와 G#(리딩톤)의 관계가 반음(100센트)도 온음(200센트)도 아닌 300센트가 되어 멜로디를 만들 때 자연스럽지 않은 진행이 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F도 반음 올려(F#) 만든 단음계(ABCDEF#G#A)를 '가락 단음계(melodic minor scale)'라고 부른다. 리딩톤은 상행하는 음계에서만 작용하므로, 하행하는 가락 단음계는 자연 단음계의 그것을 차용한다.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 가락 단음계(melodic minor scale)

 

5도권 안쪽에 소문자로 쓰인 조성들이 바로 단조들이다. 이렇게 24개의 장단조를 모두 만들어내었다.

이전 글에서 순정률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조성 음악에서 '3화음(triad)'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었다. '3화음'은 근음(root)에서 3도(3rd)5도(5th)의 음을 쌓아서 만든다. (음정 계산할 때 같은 음을 1도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C를 근음으로 하는 3화음은 3도 위의 E와 5도 위의 G를 쌓아서 만든 화음이다. 이렇게 다 장조(C major) 음계를 근음으로 하는 3화음을 만들면 다음과 같다.

 

다 장조의 3화음

 

이 3화음의 이름들은 순서대로 '토닉-수퍼토닉-메디언트-서브도미넌트-도미넌트-메디언트-리딩톤-토닉'이다. 각각의 화성들의 성질이 다 다른데, 이 성질들을 구별하기 위하여 우리가 음악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음정(음 사이의 간격)을 계산해야 하는데, 건반을 잘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건반 위에서의 다 장조 음계

 

다시 퓌타고라스로 돌아가 보자. 퓌타고라스가 이용했던 비율은 1:2와 2:3이었다. 이 비율로 얻어지는 음정들에겐 '완전(perfect)'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도'가 한 조의 으뜸음이므로 '도'와 1:2, 2:3의 비율을 가지는 음정은 도-도와 도-솔, 도-파뿐이다. 위의 건반에서 1도 간격(C-C), 4도 간격(C-F), 5도 간격(C-G) 8도 간격(C-C')다.

순정률에서는 3도를 계산할 수 있다. '도'와 6:5로 만들어지는 '미'를 장 3도라고 한다. 장음계(major scale)에서 완전 음정(1, 4, 5, 8)을 제외한 음정들(2, 3, 6, 7)에게는 '장(major)'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즉, 다 장조(C major)의 토닉 화음(CEG)은 C에서 장3도(E)와 완전5도(G)로 이루어진 화음을 말한다. 이렇게 장3도와 완전5도로 이루어진 화음을 장3화음(major triad)이라고 부른다. 센트로 표현하자면, 장3도는 400센트, 완전5도는 700센트가 된다.

다 장조(C major)와 조표를 같이 쓰는 관계조(relative key)인 가 단조(a minor)의 토닉 화음을 보자. 가 단조의 토닉 화음은 ACE인데, A와 E를 계산하면 700센트로 완전5도가 된다. A와 C의 사이는 300센트인데, 장3도인 400센트보다 반음(100센트) 모자라다. 이를 단3도(minor 3rd)라고 한다. 따라서 단조의 토닉 화음은 단3도와 완전5도로 이루어지고, 이를 단3화음(minor triad)라고 한다.

 

다 장조의 3화음

 

다시 다 장조(C major)의 3화음들로 돌아와서 각각을 근음으로 하는 3화음들을 계산해보면,

C: 장3화음
D: 단3화음
E: 단3화음
F: 장3화음
G: 장3화음
A: 단3화음
B: ?

가 된다. B-D의 사이는 300센트로 단3도인데, B-F의 사이는 600센트로 완전5도보다 반음 모자라다. 때때로 이렇게 완전음정이나 장단음정에서 반음이나 온음이 모자르거나 넘치는 음정이 있는데, 이때 모자르는 음정을 감음정(diminished), 넘치는 음정을 증음정(augmented)이라고 한다.

완전음정 (1,4,5,8)에서는: 겹감 - 감 - 완전 - 증 - 겹증
장단음정 (2,3,6,7)에서는: 겹감 - 감 - 단 - 장 - 증 - 겹증

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다 장조의 리딩톤 화음(BDF)은 단3도, 감5도로 이루어진 화음으로 감3화음이다. 화음의 성질을 표기하기 위하여 각각의 근음에 해당하는 로마 숫자를 쓰되, 장화음은 대문자로, 단화음은 소문자로 표기하고, 감화음은 o를, 증화음은 +를 붙인다.

다 장조(C major)의 3화음은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똑같이, 가 단조(A minor)의 (화성 단음계) 3화음은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조성을 만드는 것은 '토닉(I or i)'이다. 즉, 장조와 단조를 결정짓는 것은 토닉이 완전5도를 가진 후에 장3도를 가지느냐(I), 단3도를 가지느냐(i)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3음이 정말 중요하다. 토닉이 조성을 만들지만, 토닉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토닉으로 가게 만드는가? 바로 리딩톤이다. 그리고 리딩톤을 3음으로 가지는 화음은 무엇인가? 바로 도미넌트이다. 도미넌트(V) 화음을 들으면 토닉을 기대하게 된다. I-V-I(토닉-도미넌트-토닉)이 바로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드는 화성 진행이다.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
I: 도도도(레)/미도/
V: 레레시시/
I: 도

토닉과 2:3의 비율을 가지는 도미넌트의 3음은 리딩톤이다. 토닉의 조성으로 전체 곡을 이끌기 위해서 도미넌트가 곡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미넌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래쪽으로 내려간 도미넌트인 서브도미넌트는 어떨까? 서브도미넌트도 토닉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지만 리딩톤이 없기 때문에 도미넌트만큼의 강력한 토닉으로 진행하려는 성질을 가지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름의 그 성질을 이용한 유명한 케이스가 바로 IV-I(서브도미넌트-토닉)으로 진행되는 '아멘 종지'이다. 그리스도교의 종교음악에서 마지막에 아멘을 노래하며 끝맺을 때 이 진행을 이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 가톨릭 성가 193, 지존하신 성체(Tantum Ergo)

 

한국 가톨릭 성가 193, 지존하신 성체(Tantum Ergo)

 

이 곡의 조성은 라 장조(D major)로, 토닉(I)은 DF#A, 도미넌트(V)는 AC#E, 서브도미넌트(IV)는 GBD가 된다. 보통 쓰이는 V-I형태의 끝맺음은 4마디의 '리세'와 12마디의 '리라'에서 진행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아멘'에서 IV-I로 끝맺는다.

IV는 아멘처럼 I로 진행될 수 있고 혹은 V로도 진행될 수 있는데, 사실 4마디의 '리세'전에 '드', 12마디의 '리라'전의 '알'이 IV이다. IV-V-I는 조성 음악의 근간이 되는 화성 진행으로, IV와 V를 꾸며주는 화음들, 혹은 대체하는 화음들로 길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주로 듣는 클래식 음악이고, 이 안에서의 아름다운 화성 진행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화성학이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무수한 이야기들을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 곡이 어떤 조인지, 그 조의 토닉은 무슨 화음인지, 도미넌트는 무슨 화음인지, 관계조는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 알파벳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다시 5도권을 생각해보자. 다 장조(C major)에서 사 장조(G major)로 전조(modulation)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G의 토닉이 바로 C의 도미넌트이기 때문에, G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F를 반음 올려 리딩톤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다 장조와 올림 다 장조(C# major)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이를 생각하면 순정률에서는 절대 전조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평균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로 24개 장단조를 다시 생각하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두 번째 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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