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Geburtshaus und Schubertkirche (슈베르트 생가와 슈베르트 성당)
Sam. 03. Okt. 202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서 태어나서 빈(Wien)에서 세상을 떠났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본(Bonn)에서 태어나 빈에서 생을 마감했다.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은 빈에서 활동했지만, 로라우(Rohrau)에서 태어나고 죽었다. 그 시대에 빈에서 활동하며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작곡가들 중, 빈에서 태어나 빈에서 활동하고 빈에서 생을 마감한 진정한 비너(Wiener)는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가 유일하다.
현재의 빈은 23개의 구(Bezirk)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1구-인네레 슈타트(Innere Stadt)-가 성 스테파노 대성당(Stephansdom)과 왕궁(Hofburg)이 있는 본래부터 빈이었던 곳이고, 후에 교외에 있던 지역들을 하나씩 흡수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생가(Schubert Geburtshaus, 슈베르트 게부르츠하우스)와 슈베르트 성당(Schubertkirche, 슈베르트키르헤)은 현재의 9구 알저그룬트(Alsergrund)에 위치하고 있다.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는 1797년 1월 31일 힘멜포트그룬트 72번지(Himmelpfortgrund 72)-현재 누스도르퍼 슈트라세 54번지(Nußdorfer Straße 54)- '춤 로텐 크렙센(Zum rothen Krebsen, 붉은 가재)'이라 불리는 곳에서 프란츠 테오도르 플로리안 슈베르트(Franz Theodor Florian Schubert)와 마리아 엘리자베트 카타리나 비츠(Maria Elisabeth Katharina Vietz)의 14남매 중 열두 번째로 태어났다.
Wien Museum Schubert Geburtshaus, Nußdorfer Str. 54, 1090 Wien (구글 지도)
슈베르트의 아버지는 보통학교(Trivialschule)의 교장으로, 이 집의 1층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슈베르트 가족은 이 아파트먼트의 부엌과 거실이 있는 가장 크고 비싼 방들 중 하나에서 머물렀을 것으로 추측된다.
슈베르트 생가엔 가족들의 초상화들과 악보들과 편지 몇 점만이 있기 때문에, 가장 눈에 띄는 소장품은 아무래도 프란츠가 직접 쓰고 다니던 안경일 것이다. 안경을 썼던 대작곡가들이 얼마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욱 눈에 띄는 바로 그 슈베르트의 안경.
옆 방(본래 슈베르트 가족의 것이 아니었던)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는데, 이 피아노는 빈에서 제작된 피아노로 프란츠의 형인 이그나츠(Ignaz)의 것이다. 프란츠는 형인 이그나츠에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당연하게도) 몇 달만에 프란츠의 실력은 형의 그것을 앞질러 버렸다고 한다.
학생들이 많아지자 프란츠가 태어나고 4년 뒤 1801년, 그의 가족은 근처의 힘멜포트그룬트 10번지(Himmelpfortgrund 10)-현재 소일렌가세 3번지(Säulengasse 3)-로 이사한다. 프란츠는 이 힘멜포트그룬트 10번지에서 오랜 시간 살았는데, 현재 이곳은 자동차 정비소로 바뀌어있고 이 위대한 음악가의 흔적은 자동차 정비소의 이름과 건물에 붙어있는 현판에서만 찾을 수 있다.
Schuberthaus, Säulengasse 3, 1090 Wien (구글 지도)
Franz Schubert hat dieses Haus vom Jahre 1801 an durch eine lange Reihe von Jahren bewohnt. Hier als Schulgehilfe seines Vaters gewirkt und zahlreiche unvergangliche Werke darunter den 'Erlkönig' geschaffen.
프란츠 슈베르트는 1801년부터 많은 햇수를 이 집에서 보냈다. 이곳에서 그의 아버지의 학교 교생으로 일하였고, '마왕'을 비롯한 수많은 불멸의 곡들을 창작했다.
프란츠는 태어난 다음날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다. 속칭 슈베르트 성당으로 불리는 리히텐탈 열네 명의 거룩한 조력자 교구 성당(Lichtentaler Pfarrkirche zu den heiligen vierzehn Nothelfern, 리히텐탈러 파르키르헤 추 덴 하일리겐 피어첸 노텔페른)에서 1797년 2월 1일에 세례를 받았다. 슈베르트의 부모도 이곳에서 1785년에 혼인 성사를 올렸고, 리히텐탈 152번지(Liechtental 152)-현재 바트가세 20번지(Badgasse 20)-에 신혼집을 차렸었다.
Katholische Kirche Lichtental (Hl. 14 Nothelfer), Marktgasse 31-35, 1090 Wien (구글 지도)
Franz Schubert wurde in dieser Kirche 1797 getauft und wirkte hier als ausuebender und schaffender Kuenstler.
프란츠 슈베르트는 1797년에 이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고 연습 예술가 및 직업 예술가로 봉직했다.
프란츠는 일곱 살이 되자 리히텐탈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자 합창지휘자인 미하엘 홀처(Michael Holzer)로부터 피아노와 오르간, 숫자 저음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홀처는 종종 프란츠의 아버지에게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슈베르트와 같은 학생은 만나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선생은 자신의 학생이 하늘이 내린 천재라는 것을 알았는지, 프란츠가 그가 가르치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프란츠에게 아무것도 가르친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곧, 프란츠는 빈의 대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에게 보다 심화된 음악교육을 받게 된다.
슈베르트가 연주하던 오르간은 부분적으로 남아있다. 원본은 1774년에 빈의 오르간 제작자 요한 미하엘 판츠너(Johann Michael Panzner)가 제작한 것으로, 이것을 기초로 1984년에 성 플로리안 오르간 제작 학교(Orgelbauenstalt St. Florian)가 약 2000개의 파이프를 본래에 있던 케이스에 교체해 넣으면서 완성된 것이다.
당시 오스트리아에서는 남성의 군 복무가 의무였다. 프란츠는 17살이 되던 해(1814년), 아버지 학교의 교생으로 대체 복무하며 본격적인 작곡 활동을 시작한다. 그 해에 프란츠는 리히텐탈 성당 건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의 첫 번째 미사곡 F major, D 105 (Messe in F-Dur, D 105)를 위촉받아 작곡하고, 초연은 같은 해 9월 25일 리히텐탈 성당에서 이루어졌다. 62명의 연주자가 참여하였으며, 형 페르니단트(Ferdinand)가 오르간, 스승 홀처가 합창단을,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마이세더(Josef Mayseder)가 악장을 맡았으며, 프란츠가 직접 지휘했다.
F. Schubert - Messe Nr. 1 in F-dur, D 105
이때 프란츠는 소프라노를 부른 테레제 그롭(Therese Grob)에게 반해 결혼하고자 하였으나, 당대의 결혼법과 프란츠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이듬해 1815년에는 미사곡 G major, D 167 (Messe in G-dur, D 167)과 B flat major, D 324 (Messe in B-dur, D 324)를 작곡했고 초연은 아마도 리히텐탈 성당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가곡 '마왕 D 328 (Erlkönig. D 328)', '들장미 D 257 (Heideröslein, D 257)'가 작곡된 때도 이때이다.) 1816년에는 미사곡 C major, D 452 (Messe in C-dur, D 452)를 작곡하여 첫 스승 홀처에게 헌정하였다. 이 곡의 초연 또한 리히텐탈 성당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프란츠 슈베르트는 평생 6곡의 미사곡과 '독일어 미사곡(Deutsche Messe, D 872)'이라고 불리는 성가 모음집을 작곡하였는데, C major 미사곡 이후의 A flat major 미사곡(Messe in As-dur, D 678)과 E flat major 미사곡(Messe in Es-dur, D 950)은 생전에 연주되지 못하였다.
Franz Schubert - *COMPLETE* Masses (with score)
www.youtube.com
이렇게 프란츠 슈베르트는 빈 근교 힘멜포트그룬트에서 태어나 19살(1816년)에 친구 프란츠 폰 쇼버(Franz von Schober)의 초대로 그의 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며 리히텐탈 성당에서 네 곡의 미사곡을 초연하고 다섯 곡의 교향곡 및 다수의 성악곡을 작곡한다.
F. Schubert - Symphonie Nr. 5 in B-dur, D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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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A. Mozart - Symphony No. 40 in G minor K 550, I. Molto allegro
바로크 시대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푸가의 금자탑을 세웠다면, 그 이후 고전파 시대부터는 소나타 형식이 꽃을 피우게 된다. 그 후 소나타 형식은 꾸준히 사랑받는 음악 형식으로 거의 모든 작곡가가 소나타 형식을 사용한 곡을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소나타(Sonata)'와 '소나타 형식(Sonata form)'을 구별하는 것인데, '소나타'는 주로 독주 악기를 위한 다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을 뜻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1822-1890)의 'Sonata in A major for Violin and Piano'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소나타'를 연주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소나타' 대신 다른 이름이 붙는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Trio in A minor for Piano, Violin and Violoncello, Op. 50',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90)의 'String Quartet No. 53, Op. 64 No. 5'처럼. 더욱 인원이 많아져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게 되면 '교향곡(Symphony)'이라는 이름이 붙고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Symphony No. 9 in C major, D 944),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게 되면 '협주곡(Concerto)'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의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 47')
그렇다면 '소나타 형식'은 무엇일까. 소나타 형식은 위에 열거된 소나타 혹은 그와 같은(교향곡, 협주곡 등의) 다악장 형식의 곡의 1악장에 주로 쓰인 형식을 말한다. 소나타는 주로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1악장: 소나타 형식의 빠른 악장
2악장: 느린 악장
3악장: 춤곡 (주로 미뉴에트나 스케르초) 악장
4악장: 론도나 소나타 형식의 빠른 악장
악장의 개수는 다양하며, 악장들의 형식 순서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1악장이 항상 소나타 형식일 필요도 없으므로 소나타는 대략 이러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곡들을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오늘 이야기 할 주제는 '소나타'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소나타 형식'이고, 예시로 들 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교향곡 제 40번 사 단조, K 550(Symphony No. 40 in G minor, K 550)'이다. 이 교향곡의 악장 구성은 다음과 같다.
I. Molto allegro (매우 빠르게)
II. Andante (걷는 속도로)
III. Menuetto. Allegretto - Trio (미뉴에트. 조금 빠르게 - 트리오)
IV. Finale. Allegro assai (매우 빠르게)
이 중 1악장과 4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명한 1악장을 가지고 소나타 형식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Exposition), 전개부(Develpment), 재현부(Recapitulation)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제시부 (Exposition)
제시부의 역할은 곡에서 사용될 두 개의 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두 개의 주제는 서로 상반된 성격(덜 서정적인-서정적인, 강한-부드러운)을 지닌다. 처음 제시되는 1주제는 그 조의 tonic (I 혹은 i)으로 제시된다. 2주제의 경우 장조일 때는 당연하게도 dominant (V)로 제시되며, 단조일 때는 관계조(related key)의 토닉, 즉 원래 조의 mediant (III)로 제시된다.
이 곡의 조성은 G minor이므로 1주제는 G minor의 tonic (G, Bb, D)으로, 2주제는 관계조인 B flat major의 tonic (Bb, D, F = G minor의 III)으로 제시된다.
1주제는 G minor로 음울하고 멜랑콜리하며 비교적 리드미컬하다면, 2주제는 B flat major로 밝고 따스하며 좀 더 선율적이다. 이 두 가지의 주제가 전체 곡을 관통하는 큰 줄기가 된다. 1주제의 조성인 G minor로 시작한 제시부는 2주제의 조성인 B flat major로 종지한다.
전개부 (Development)
전개부에서는 1주제나 2주제를 가지고, 혹은 전혀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작곡가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이다. 이 곡에서는 모차르트가 1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전조하며 푸가를 떠올리게 하는 형식을 보여준다.
재현부 (Recapitulation)
지난번 소개했던 바흐의 토카타 D minor, BWV 538 안에서 음악적으로 논쟁 후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기억나는지. 소나타 형식에서도 그러한 대비-합의의 서사가 이루어지는데, 제시부에서 1주제와 2주제의 대비가 선명하게 보여졌다면, 재현부에서는 1주제와 2주제의 합의를 이루어내며 곡을 끝맺게 된다. 1주제와 2주제의 대비를 이루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조성의 다름이었다. 장조에서는 2주제가 dominant (V)로, 단조에서는 mediant (III)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1주제와의 대비가 더더욱 돋보이게 되었다. 재현부에서는 2주제의 조성을 1주제의 조성과 통일시켜 합의의 서사를 이루어낸다.
제시부가 2주제의 조성을 따라 종지했던것 처럼, 재현부도 2주제의 조성을 따라 G minor로 종지하여 전체 곡이 G minor의 tonic에서 시작하여 tonic으로 끝나는 구조를 이룬다.
소나타 형식의 큰 구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시부에서 1주제를 tonic으로 제시하고 그와 상반된 성격을 가지는 2주제를 tonic과 대비되는 조성으로 제시한다. 발전부에서 제시된 주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작곡 기법을 뽐낸 뒤, 재현부에서 1주제와 2주제를 모두 tonic으로 제시하여 곡의 통일성을 이끌어내며 끝맺는다.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소나타 형식이 이렇게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작곡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을 제외하고) 어디에서 표출되는 것일까? 제일 가시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당연히 발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발전부만큼 소나타 형식에서 작곡가의 창의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1주제와 2주제를 연결하는 부분(Transition)이다. 제시부에서 1주제의 조성에서 2주제의 조성으로 어떻게 전조할 것인지, 그렇게 전조했던 방법과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재현부에서는 어떻게 2주제의 조성을 다시 tonic으로 되돌릴 것인지의 문제를, 작곡가들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감상하는 것이 소나타 형식의 곡 감상의 묘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소나타 형식의 큰 그림을 보았으니 이제 모차르트의 창의성을 조금 엿보도록 해보자. 다시 재현부로 돌아가 보자. 1주제의 G minor에서 2주제의 B flat major로 어떻게 전조할 것인가의 문제다.
1주제의 멜로디는 유지하면서 화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1주제에서 Eb로 시작했던 멜로디가 두 번째 반복될 때에는 한 음 내려와서 D에서 시작했다면, 연결 부분에서는 Eb로 시작한 멜로디가 한 음 올라가 F에서 시작한다. 그러고서는 새로운 주제가 B flat major로 제시된다.
이 연결 부분은 B flat major의 dominant (V)인 F, A, C 화음으로 끝맺으면서 B flat major를 확정짓는다. (V-I 진행이 조성음악의 근간임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이 연결부분은 완전히 생뚱맞은 부분일까? 모차르트는 어떻게 곡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1주제는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표시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노란색은 하강하는 2도(Eb-D), 초록색은 하강하는 3도가 세 개 연달아 있는 (Bb-A-G, G-F-Eb, Eb-D-C) 형태다.
이 하강하는 3도의 음들을 짚어보면 'Bb-A-G-F-Eb-D-C'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연결 주제가 제시될 때, 베이스 음형은 똑같이 'Bb-A-G-F-Eb-D-C'을 따르고 하강하는 2도의 음형(Db-D)이 이어 나타난다. 바이올린에서는 하강하는 7개의 음형을 역위(inversion)시킨 상승하는 음형(E-F-G-A-Bb-C-Db)이 나타난다.
이렇게 모차르트는 1주제와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연결 부분을 만들어 B flat major로 전조하여 2주제를 제시한다.
1주제에서 처음 나오는 하강하는 2도는 Eb-D로 단2도의 음정을 이룬다. 다시 말해 반음정을 이룬다는 말인데, 여기서 파생된 반음계 또한 곡을 이루는 하나의 큰 축이 된다. 당장 2주제가 하강하는 F부터 Eb까지 이르는 반음계로 시작하고, 다시 G부터 C까지 이르는 반음계가 2주제의 한 부분을 이룬다.
발전부에서 여러 조성을 탐험하고 재현부로 다시 G minor의 tonic으로 돌아올 때도 반음계를 거치며 돌아온다.
그렇다면 재현부의 1주제와 2주제 사이의 연결 부분은 어떻게 되는가? G minor에서 E flat major로 전조하여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이 연결 주제를 연주한뒤 다시 전조하여 F minor로 비올라, 첼로, 베이스, 바순이 연결주제를 연주하며, 이후 푸가의 스트레토(Stretto) 기법처럼 고음부와 저음부가 연결 주제의 동기를 겹쳐서 연주해가며 결국 G minor로 전조한다.
G minor로 전조된 연결 부분은 G minor의 dominant (V#, leading tone이 포함되어 #)인 D, F#, A로 끝맺어 2주제가 G minor로 제시될 수 있게 한다.
이를 다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소나타 형식의 큰 구조와 그 사이의 연결 부분이 보인다면 다음의 연주를 감상해보자.
프란스 브뤼헨(Frans Brüggen, 1934-2014)은 네덜란드의 리코더 연주가, 트라베르소 플루트 연주가, 지휘자로, 구스타프 레온하르트(Gustav Leonhardt, 1928-2012), 안너 빌스마(Anner Bylsma, 1934-2019) 등과 함께 시대 연주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1세대 고음악 연주가이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악기들이 현재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악기와 다소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개량되기 전의 악기를 복원하여 연주하기 때문이다. 악기의 개량은 음량, 음역, 음색, 연주법 등에서 많은 변화를 이루어 냈는데, 이는 거꾸로 말하면 작곡가들이 실제로 연주하고 듣던 악기는 현재의 악기와 크게 다르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작곡가들이 실제로 상상했던 소리, 연주자들이 실제로 연주했던 연주법을 복원하여 연주하는 것을 시대 연주라고 부르는데, 맹점은 그 누구도 그 옛날의 소리를 알지 못하여 실제로 이렇게 연주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 하지만 무엇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의 영상은 너무나도 깔끔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연주다.
소나타 형식 기본 틀 앞에 서주가 첨부될 수도 있고, 뒤에 긴 코다가 이어질 수도 있다. 소나타 형식에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어느 작곡가의 어느 소나타 형식의 곡을 보아도 위에 소개한 큰 틀에서 크게 작게 벗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곡을 기준 삼아 다른 소나타 형식의 곡을 감상한다면 그 또한 그 곡의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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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 Bach -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38
* 이번 글부터 앞으로는 한국어 조이름 대신 영어 조이름을 사용합니다.
뭇사람들이 생각하는 작곡가의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사람은 아마 '하늘이 내린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아닐까 싶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묘사된 것처럼 약간 정신 나간 사람이 '하늘의 영감을 받아' 쓱쓱 써 내려가는 것으로 생각하고들 한다. 하지만 위대한 작곡가들의 빛나는 천재성은 뛰어난 멜로디와 화성 진행, 조화로운 소리, 형식의 발전과 승화 등등을 통한 인간 감정의 표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지 그들이 무아지경에 이르러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경우 작곡가들은 아주 기본적인 블록 몇 가지를 가지고 그들의 반짝이는 창의력과 논리로 위대한 곡을 창조해내는데, 오늘의 글은 작곡가들이 어떻게 그 기본 블록을 가지고 곡을 구성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곡을 이루는 가장 간단한 기본 단위를 동기 혹은 모티브(motive)라고 부르는데, 음악시간에 아마 '두 마디는 동기, 네 마디는 작은악절, 여덟 마디는 큰악절...' 이렇게 외웠던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꼭 동기가 두 마디일 필요는 없다. 오늘 소개할 곡의 동기도 두 마디가 안된다. 그저 단순하게 곡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를 동기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아는 제일 유명한 모티브는 아마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소위 말하는 '운명 모티브(fate motive)'일 것이다.
베토벤은 이 단순한 '짧은 음표 셋, 긴 음표 하나'를 가지고 곡 전체를 만들어낸다. 이 위대한 걸작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오늘 소개할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오르간을 위한 토카타와 푸가 D minor BWV 538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38)이다. 누군가는 '오르간? d minor? 아! 유명한 그 곡!'이라고 외칠지 모르겠으나, 그 곡도 '토카타와 푸가 D minor'긴 하지만 BWV 565로 오늘 소개할 BWV 538과는 다른 작품이다.
토카타(toccata)는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 만지다)에서 온 말로, 건반악기나 발현악기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뽐내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바흐 시대에는 위의 영상 앞부분과 같이 일정한 형식이 있다기보다는 즉흥적인 요소가 강한 곡을 일컬었다. 푸가(fugue)는 fugere(도망치다), fugare(쫓다)의 어원이 되는 라티움어 fuga에서 온 말로, 모방 대위법적인 형식의 곡을 일컫는다.
오늘 소개할 BWV 538은 '도리아(Dorian)'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서 도리아 선법(Dorian mode)이 곡에서 쓰였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d minor 조성을 가지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바흐가 악보에 조표(B flat)를 붙이지 않아 사람들이 오해한 데서 비롯한 별명이다.
BWV 538의 앞부분 토카타는 저 유명한 BWV 565보다는 즉흥성이 덜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 곡을 전주곡(prelude)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오늘 우리가 볼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Breitkopf & Härtel) 판의 악보에서도 전주곡과 토카타를 병기해 놓았다. 밑에서 이야기하는 요소들을 설명해 둔 악보를 첨부하였는데, 눈으로 악보를 보며 귀로 소리를 들으면 음악을 감상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I. 토카타
조표는 붙어있지 않지만, 잘 보면 B에 flat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d minor의 조성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3단 악보는 오르간 악보로 위의 두 단은 양손을, 맨 아랫단은 발 건반을 위한 악보다. 토카타는 왼손이 먼저 주황색으로 표시한 모티브를 연주하며 시작되는데, 왼손이 시작하자마자 오른손이 곧바로 왼손과 똑같은 음들을 연주하는 것이 보인다. 이 주황색의 16분음표 여덟 개로 이루어진 음형이 곡 전체를 지배하는 음형이다. 이 16분음표 여덟 개 중에 꾸며주는 음들을 빼고 뼈대가 되는 음들만 남기면 '/D DE F FG/'가 '긴 음표 하나 짧은 음표 두 개'의 파란색 리듬으로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리듬을 닥튈로스(δάκτυλος, 영. Dactyl)라고 부른다. 서양 시문학에서 음절의 강세와 모음의 장단음을 이용하여 운율을 만드는데, '장음 하나, 단음 두 개'로 이루어진 리듬이 손가락의 마디 길이와 같다고 하여 닥튈로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라티움어로 쓰인 시를 낭독하는 영상을 첨부한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16분음표 음형과 이 안에 숨겨진 파란색으로 표시된 닥튈로스 리듬으로 진행하는 멜로디가 이 곡의 모티브가 된다.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부분인데 'DEF' 이렇게 세 음이 상승하는 것을 잘 기억해 두자.
바흐가 그리스 수사학(Rhetoric)의 대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곡의 진행 방식이 '주제를 던지고 - 논쟁하고 - 결론을 이끌어 내는'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겠다. 첫 열두 마디가 주제를 던지는 부분이다.
작게는 오른손과 왼손과 페달을 논쟁하는 세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면, 한 사람이 말을 시작하기 무섭게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와 엎치락뒤치락 논쟁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이러한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앞의 d minor 부분에서 왼손이 먼저 시작하고 오른손이 뒤따라 왔다면, 이어지는 a minor 부분에서는 오른손이 먼저 시작하고 왼손이 뒤따라 온다. 마치 오른손이 '아까 주황색-빨간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생각은...'이라고 앞의 말을 인용하며 논쟁을 시작하는 것 같다. 앞의 d minor의 앞부분을 그대로 a minor로 전조하고 양손을 뒤바꾼 것인데, 전의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둘의 관계가 '토닉-도미넌트'라는 것이 보일 것이다. 즉, 곡을 수평적으로 봤을 때 주제가 토닉에서 제시되고 도미넌트에서 응답이 온다.
BWV 538의 특이한 점은 바흐가 악보에 정확하게 어느 건반에서 연주하라고 표시해두었다는 점이다. (보통 바흐의 다른 오르간 곡들엔 별다른 표시가 없다.) 오르간은 보통 두 개 이상의 건반을 가지는데, 한 건반에 연결되어 있는 파이프들의 종류와 개수가 달라 서로 다른 건반을 통해 다른 음색을 얻을 수 있다. 맨 처음 부분은 오버베르크(Oberwerk)에서 연주되었고, 그에 대한 응답은 포지티프(Positiv)에서 연주된다. 바흐는 이를 통하여 서로 다른 주장을 음색을 다르게 해서 얻는다. 또한, 바로크 대오르간에서 파이프들의 배열은 건반에 따라 공간적으로 다르게 배치된다.
따라서 건반을 다르게 연주함으로써 음향적으로도 다른 소리를 얻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흡사 바흐가 마태수난곡 BWV 244 (Matthäuspassion BWV 244)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오케스트라를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오르간에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바흐는 곡 구조상에서 표현되는(조성과 뒤바뀐 음역) 서로 다른 주장을 음색과 음향(다른 건반)까지 고려하여 전달하고 있다.
곡이 진행되다 보면 앞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세 개의 상승하는 음이 뒤집혀서(inversion) 하강하는 음형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곡은 d minor에서 출발하여 a minor(d minor의 도미넌트 v)에서 응답하여 g minor(d minor의 서브도미넌트 iv)로 향한다. 그리고 곧 g minor와 같은 조표를 쓰는 관계조(relate key)인 B flat major가 나오고 d minor로 돌아온 후에 곡은 세 성부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며 절정에 다다른다.
세 성부가 격렬한 논쟁 끝에 결론에 다다르면 D major로 전조 되고, 하나의 성부만이 주제 음형을 연주하며 곡을 끝맺는다. 이처럼 단조의 곡에서 종지 할 때 단조의 토닉(i) 대신 장조의 토닉(I)을 사용하여 끝맺는 것을 피카르디 종지(Picardy cadence) 혹은 피카르디 3화음(Picardy third)라고 한다. 단조의 화성적 도미넌트(V, d minor에서는 AC#E)와 장조의 도미넌트(V)가 같은 것을 이용한 것이다.
II. 푸가
푸가는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고 그때에 바흐에 의하여 꽃을 피운 음악 형식이다. 한 주제를 여러 성부가 번갈아가며 제시하고 응답하는 것을 뼈대로 하여 대위적인 선율과 간주 부분 등으로 이루어진 악곡을 말하는데, 바흐는 당대에도 푸가 작곡으로 명성을 떨쳤고, 그 이후에도 바흐의 푸가는 음악사를 통틀어 푸가의 최고봉으로 후대 작곡가들이 익히고 공부하는 금자탑으로 자리매김한다.
한 성부가 제시한 주제를 다른 성부가 모방하는 것은 카논(Canon)에서도 볼 수 있다. 카논은 돌림노래와 같은 것인데, 백문이 불여일견. 가장 유명한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의 카논을 들어보자.
제1 바이올린이 빨간색을 제시하면 제2 바이올린이 빨간색을 모방하고 뒤이어 제3 바이올린이 빨간색을 모방한다. 제2 바이올린이 빨간색을 연주하는 동안 제1 바이올린은 주황색을 제시한다. 주황색에 대해서도 똑같이 모방이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연주자가 시간차를 두고 '빨간색-주황색-노란색-초록색-파란색-...'의 순서로 연주하게 된다. 두 마디의 화성 진행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홍색으로 표시된 화성의 베이스 라인을 연주한다.
푸가에서는 카논보다 복잡하게 주제의 제시와 응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카논을 들을 때 보다 조금 더 집중해야 하지만, 같은 화성 진행이 반복되는 카논보다 훨씬 다채롭고 그에 따른 감동이 훨씬 크다.
BWV 538의 푸가는 4성 푸가다. 네 개의 독립적인 성부(voices)가 나오는데, 편의상 소프라노(S), 알토(A), 테너(T), 베이스(B)로 표기하기로 한다. 주제(subject)는 노란색으로 표시하였고 주제의 조성은 빨간색으로 적어두었다. 대주제 I(counter subject I)은 주황색, 대주제 II(counter subject II)는 분홍색으로 표시하였다.
주제는 d minor로 알토에서 제시된다. 아래의 D부터 한 옥타브 위의 D까지 상승했다가 하강하며 d minor의 자연 단음계(d natural minor scale)에 속한 음을 다 연주한다. 주제에 대한 응답은 항상 도미넌트나 서브도미넌트로 이루어진다. 알토의 주제에 대한 응답으로 소프라노가 d minor의 도미넌트인 a minor에서 주제를 응답한다. 소프라노가 응답하는 동안 알토는 대주제 I을 연주한다.
사실 이 곡의 토카타와 푸가는 함께 작곡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기에 따로 작곡된 곡들인데, 당연히 바흐가 아무런 의미 없이 이 두 곡을 함께 묶어두진 않았을 것이다. 주제의 시작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DEF'의 상승하는 세 개의 음이 보인다. 앞의 토카타의 모티브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되었던 바로 그 음형이다. 대주제 I은 닥튈로스로 시작하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토카타의 모티브를 뒤집어놓은(inversion) 것이다. 다시 주제가 나오기 전에 사이사이를 채우는 간주 모티브(interlude motive)가 나오는데 이 또한 닥튈로스에서 발전된 것이며,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토카타의 동기의 첫 세 음과 유사하다. 이렇게 토카타 모티브를 푸가에서 활용함으로써 곡의 전체적인 통일성이 유지된다.
그리고 테너가 다시 주제를 제시(d minor)하는 동안 소프라노는 대주제 I을 연주하고, 알토는 대주제 II를 연주하는데, 대주제 II에도 닥튈로스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베이스가 도미넌트로 응답한다. 이렇게 모든 성부가 주제를 제시하거나 응답하며 악곡에 참여하는 부분까지를 푸가의 제시부(exposition)라고 부른다.
이제 모든 성부들이 참여했으니 전개부(development)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차례다. 주제와 대주제들은 여러 성부에서 계속해서 나타나는데, 주제와 달리 대주제는 전체가 온전히 나타날 수도, 변형되어 나타날 수도, 혹은 조각만이 나타날 수도 있다. 주제가 제시되는 부분 사이를 간주 모티브가 채우고, 주제에 대응해 앞서 제시된 대주제들 말고도 다른 자유 대위(free counterpoint)가 나타날 수도 있다.
주제들은 다른 조성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며 나타나는데, 앞서 토카타에서 d minor와 a minor 이후에 g minor와 B flat major가 나타났다는 것을 기억한 다음 전개부를 들어보자. 제시부가 끝난 뒤에 주제들은 d minor와 a minor를 반복하다가 d minor의 관계조인 F major로 전조 하면서 화성적 여정을 떠난다. 이 전조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부분으로 화성 진행이 극히 아름답다.
베이스가 d minor에서 주제를 연주한 뒤 간주 모티브들로 진행되는데, 분홍색으로 표시된 부분에서 소프라노가 먼저 연주된 F를 유지하며 아래 성부들이 A, C음을 채워서 C major의 서브도미넌트를 만들었다가 소프라노와 알토의 하강으로 토닉(CEG)으로 바뀌며 분위기 전환을 이룬다. 그런 다음 테너에서'상승하는 세 음'을 하강하며 전조해 가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소프라노에서 F major로 전조 하여 주제를 연주하면 한 마디 차로 바로 베이스가 주제를 연주한다. 이렇게 한 성부의 주제가 끝나지 않았는데 다른 성부가 주제를 연주하는 것을 스트레토(stretto)라고 부른다.
곡은 F major에서 F major의 도미넌트인 C major로 전조 되고, C major의 마이너 도미넌트인 g minor로 전조 된다. 다시 g minor의 관계조인 B flat major로 전조 되는 것으로 앞선 토카타와 통일성을 이룬다.
이 푸가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는 반음계가 중간중간 사용되었다는 것이고(반음계는 하늘색으로 표시해두었다.), 페달에서 긴 트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연주하는 입장에서 바흐가 자신의 테크닉을 과시하기 위해 넣었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되는...)
푸가는 종결부(final entries and coda)에 들어와서 토닉에서 주제를 다시 한번 연주하고(되도록 스트레토로) 곡을 끝맺는다. 이 곡에서도 소프라노와 베이스에서 d minor로 주제를 스트레토로 연주하며 종결부에 들어선다.
토카타에서 피카르디 종지를 사용했듯이 푸가에서도 피카르디 3화음으로 끝맺으며 통일성을 잃지 않는다.
이 곡에서 쓰이지 않았지만 종종 쓰이는 푸가의 기법으로는 확장(augmentation)과 축소(diminution)가 있는데, 확장은 말 그대로 주제의 음 길이를 늘리는 것이고, 축소는 음 길이를 줄이는 것이다.
성부에 따라 3성 푸가, 4성 푸가, 5성 푸가, 6성 푸가 등등으로 나눌 수 있고, 두 개의 주제가 제시되는 이중 푸가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성부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 조화롭게 들리게 하는 데에 바로 위대한 작곡가의 천재성이 필요하다. 푸가는 바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을 거쳐 현대 작곡가들에서도 계속되어 나타나므로 이 곡을 통하여 풍부한 푸가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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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orian Chants - Mass VIII (Missa de Angelis)
지난 글에서 악마의 음정과 죽음의 무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았으니 이번 글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의 곡은 그레고리오 성가 중 미사곡 8번 '천사 미사곡'(Gregorian Chants - Mass VIII 'Missa de Angelis')으로, 말 그대로 가톨릭 교회(천주교회)의 전례에서 쓰이는 종교음악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서양 고전음악을 감상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교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미사곡의 의미를 아는 것이 필요한데, 이유는 당연히 종교음악 혹은 종교에 기반을 둔 음악이 서양 고전음악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작품 중 반이 루터 교회를 위한 종교음악들이며, 많은 명 작곡가들이 가톨릭 교회를 위한 위대한 미사곡들을 작곡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나 단조 미사 BWV 232 (Mass in B minor, BWV 232)',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51)의 '레퀴엠 KV 626 (Requiem KV 626)',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장엄 미사 작품번호 123(Missa Solemnis Op. 123)',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의 '독일 레퀴엠 작품번호 45(German Requiem, Op. 45)',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의 '레퀴엠 작품번호 48(Requiem, Op. 48)' 등의 명곡들을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멀리하기엔 그 곡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위대하다. 따라서 오늘은 그 기본이 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미사곡을 소개하며, 음악 자체보다는 그리스도교와 미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통틀어 아브라함계 종교라고 한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같은 신을 섬기는 종교지만, 세부 교리의 차이로 서로 다른 종교로 발전했다. 히브리문자 표기가 가진 특성(아브자드אבג'ד: 모음을 표기하지 않고 자음만 표기하는 것)과, 불경하다는 이유로 이름을 부르는 대신 '나의 주님'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신의 정확한 이름은 잊혀버렸다. 후대에 와서 '야훼'라고 추측할 뿐이다.
유다교가 셋 중에 제일 오래된 종교인데, 유다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선택받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과 구원의 계약을 맺었다.'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유다교의 경전에서는 '계약'이라는 단어가 자주 출현한다.
하느님께서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너희와 너희 뒤에 오는 자손들과 내 계약을 세운다. 내가 너희와 내 계약을 세우니, 다시는 홍수로 모든 살덩어리들이 멸망하지 않고, 다시는 땅을 파멸시키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내가 땅 위로 구름을 모아들일 때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나타나면, 나는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어리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로 드러나면, 나는 그것을 보고 하느님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겠다."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나와 땅 위에 사는 모든 살덩어리들 사이에 내가 세운 계약의 표징이다." (창세기 9장 8-17절)
유다교의 제사 의례 중 눈여겨볼 것은 바로 번제(קָרְבַּן עוֹלָה, Holocaust or Burnt Offering)로,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속죄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었다. 번제는 죄 없는 동물을 제단에 바쳐 태우며 자신의 죄를 대신 씻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노아는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들 가운데에서 번제물을 골라 그 제단 위에서 바쳤다. (창세기 8장 20절)
시간이 흘러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애굽)에서 고통을 당하자 하느님은 모세를 보내어 이들을 가나안으로 이끈다. 이때 하느님이 이집트에 재앙을 내린다.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에게 이렇게 일러라. '이달 초열흘날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집집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만일 집에 식구가 적어 짐승 한 마리가 너무 많거든, 사람 수에 따라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과 함께 짐승을 마련하여라. 저마다 먹는 양에 따라 짐승을 골라라. 이 짐승은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가운데에서 마련하여라. 너희는 그것을 이달 열나흗날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가 모여 저녁 어스름에 잡아라. 그리고 그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라. 그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그것을 날로 먹거나 물에 삶아 먹어서는 안 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이 있는 채로 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아침까지 아무것도 남겨서는 안 된다. 아침까지 남은 것은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 신들을 모조리 벌하겠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가 있는 집에 발린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탈출기 12장 1-14절)
이 축제가 바로 유다인들에게 제일 큰 명절인 과월절(라틴어 Pascha, 영어 Passover)이다. 다시 또 시간이 흘러 이스라엘 민족은 외세에 침략당하고, 모세나 다윗왕처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할 '메시아(מָשִׁיחַ)'를 보내시리라는 '메시아 대망'이 싹튼다. 메시아는 히브리어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으로, 과거 이스라엘의 왕, 사제, 예언자들은 머리에 기름을 붓는 의식을 했다.
그리스도교가 태동하는 약 2000년 전, 유다 왕국은 로마 제국의 속국이 되어 있었다. 현대의 대한민국에 재림예수가 넘쳐나듯이 2000년 전 유다인들 사이에서도 메시아들이 넘쳐났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예슈아라는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신이 죽고 부활하리라 예언했다. 예슈아가 실제로 부활했는가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다만 로마 제국의 탄압과 다수의 바리사이파 유다인들 사이에서 그를 메시아로 믿는 사람들이 향후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될 때까지 신앙을 지켰다는 점이 그의 죽음 이후 그의 제자들에게 부활에 준하는 강렬한 체험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에서 갈라져 나오게 된다. 유다인들이 예슈아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한 이유는 그가 거짓 메시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제자들은 그를 하느님의 참 아들이자 참 메시아라고 믿었다. 후에 이슬람교 신자들은 그를 하느님의 아들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직접 보내신 예언자라고 믿었다. 예슈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브라함계 종교가 나뉜다.
당시 로마 제국 서쪽의 언어는 라티움어였으나, 가장 찬란한 문화는 동쪽의 헬레니즘 문화였다. 따라서 로마 제국 안에서도 그리스어가 공용어로 쓰였으며, 이 시기의 그리스어를 코이네 그리스어 혹은 헬라어(한자로 음차 해서 희랍어)라고 한다. 예슈아의 행적은 이 헬라어로 남겨지는데, 이를 복음(헬라어 εὐαγγέλιον, 라티움어 evangelium)라고 한다. 히브리어 '예슈아 메시아(ישוע מָשִׁיחַ)'를 헬라어로 옮긴 것이 '예수스 크리스토스(Ἰησοῦς Χριστός)'다. 이를 음차한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혹은 '예수 기리사독(줄여서 기독)'이다.
이제 복음서 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 중 하나인 '최후의 만찬'을 이야기해보자. 유다인인 예수는 다른 유다인들과 마찬가지로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파스카) 축제를 지낸다.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루셨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그리고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루카 복음서 22장 14-20)
그리스도교에서 이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에서의 죽음이 가장 중요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사건이 예수가 구세주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은 죄 없는 동물의 번제를 통해 속죄하고, 죄 없는 동물의 피는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데에 쓰인다. 하느님께서 손수 준비하신 죄 없는 인간-원죄 없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난 하느님의 아들 예수-이 인류를 위하여 대신 죽음으로써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그의 피로 새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교리다. 옛 계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지켜야할 계명이 '십계명'이었다면, 새 계약에서 예수의 제자들이 지켜야할 계명은 '사랑'이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였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있다." (마태오 복음서 22장 36-40절)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 복음서 13장 34-35절)
그리스도교의 경전은 예수 이전의 이스라엘 민족과 하느님의 옛 계약(구약, 유다교의 경전)과 예수 이후의 인류와 하느님의 새 계약(신약) 이렇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그리스도교가 태동했을 때 로마 제국은 이 신흥종교를 핍박했지만 이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대에 이르러 그리스도교는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었다. 예수가 세운 사도들과 그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은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동의 지역 종교인 유다교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는 유럽의 토착 종교들을 밀어내고 만민의 종교로 발돋움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아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16장 13-19절)
예수의 부활로부터 약 1000년 뒤, 베드로의 후계자인 로마(서로마의 수도)의 주교와 안드레아의 후계자인 콘스탄티노폴리스(동로마의 수도)의 주교가 교황 수위권 다툼으로 서로 갈라선다. 로마의 주교는 위 마태오 복음서의 구절을 근거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로마 주교가 다른 주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다른 지역의 주교들은 명예상의 우위일 뿐이라며 논쟁하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파문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현재 서방의 교회를 가톨릭 교회(천주교), 동방의 교회를 정교회라고 부른다. 예수의 부활 이후 1000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는 당연하게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예수가 잡히기 전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말한, 공동체가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고, 빵을 떼서 나누고, 포도주잔을 돌리는 이 성찬례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이 성찬례는 빵을 떼서 나눈다는 큰 틀에서는 어느 지역이나 같았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
동방과 서방의 전례가 달랐고, 서방 안에서도 로마 전례, 갈리아 전례, 암브로시오 전례 등 여러 지역의 전례들이 있었다. 서방의 전례는 샤를마뉴(Charlemagne)의 주도 아래 로마 전례로 통일되어갔는데, 이때 샤를마뉴가 하드리아누스 교황에게 요청한 것이 그레고리오 대교황이 편찬한 그레고리오 성사집(Sacramentario Gregoriano)이다.
1517년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종교개혁을 시작으로 울리히 츠빙글리(Ulrich Zwingli, 1484-1531), 장 칼뱅(Jean Calvin, 1509-1564)등의 개혁가들에 의해 개신교가 서방교회에서 갈라져 나온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글로 적힌 '성경'과 함께 초대교회로부터 내려오는 '성전(거룩한 전승)'도 인정하지만, 개신교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외치며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기존 교회의 관습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개신교의 출현 이후 성찬례에서의 빵과 포도주의 성변화에 관한 논쟁이 일었다. 가톨릭 교회는 성변화 이후 빵과 포도주가 실재하는 예수의 몸과 피라고 주장했지만 츠빙글리는 성변화가 상징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칼뱅은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를 영적으로 전해주기 위한 매개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교회는 내부의 신앙을 확고히 규명하고 제시하기 위하여 트리엔트 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1545-1563)를 개최하고, 이때 새로운 전례 개혁이 이루어진다.
즉, 우리가 듣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미사곡들은 이때 만들어진 트리엔트 전례를 기반으로 작곡된 곡들이다. 트리엔트 전례는 라티움어로만 행해졌기 때문에 미사곡 또한 라티움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즉슨, 라티움어를 모르는 당시의 신자들은 전례 안에서 참여하는 크기가 미미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 현대의 가톨릭 신자들은 자국의 언어로 전례에 참여한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가능해진 것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Concilium Vaticanum Secundum, 1962-1965)에서 발전된 연구들을 통하여 전례를 보다 초대교회의 형태에 더 가깝게 일반 신자가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혁한 것에 기인한다.
현대의 성당에 갔을 때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국어 전례는 바로 이 새로운 전례(속칭 바오로 전례)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는 라티움어이기 때문에 여전히 전례의 공식 언어는 라티움어이며, 자국어 전례 안에서 각 지역의 고유한 미사곡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나, 라티움어로 불리는 그레고리오 성가가 전례의 공식적인 성가다.
교회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로마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식하고, 따라서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전례 행위 안에서 첫자리를 부여한다. 다른 종류의 성음악, 특히 다성 음악도 제30항의 규범에 따라, 전례 행위의 정신에 부합한다면, 거룩한 예식의 거행에서 결코 배제되지 않는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중 6장 성음악)
따라서 라티움어로 불리는 그레고리오 성가집의 미사곡을 아는 것이 다른 미사곡들을 듣기 위한 첫걸음이라 하겠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전례의 구조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현행 바오로 미사를 기준으로 하나, 미사의 전체적인 구조, 기도문 텍스트는 변하지 않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트리엔트 전례에 기반한 미사곡을 듣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보통 미사곡은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앙고백(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의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소개하는 천사 미사곡은 한 작곡가가 한 번에 작곡한 것이 아니라 11-16세기에 따로 만들어진 곡들을 18세기에 하나로 묶은 것이다. 천사 미사곡 안에는 신앙고백이 존재하지 않으나, 보통 그레고리오 성가집 안의 신앙고백 3번 곡을 사용한다. 다섯 곡의 기도문 내용이 전체적인 전례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가톨릭 교회의 통상 전례 순서를 싣되(원문 링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위의 다섯 기도문과 성찬 축성문, 주님의 기도를 제외한 다른 기도문은 싣지 않는 대신 한국 천주교 미사통상문에 나와있는 설명을 인용하며 갈음하였다.
(주: 기도문 번역은 한국 천주교에서 사용되는 기도문을 그대로 옮겼지만, 대영광송과 신앙고백, 주님의 기도의 경우 라티움어 원문의 의미를 음악 내에서 따라가기 위하여 라티움어 순서에 따라 바뀐 부분이 있다.)
미사의 두 부분
미사는 잔치의 형식을 통하여 십자가 제사를 성사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 미사는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밀접히 결합하여 단 하나의 예배를 이루고 있어, 별개의 것으로 분리시키거나 어느 하나를 종속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사실 미사 안에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이 함께 차려져, 신자들은 그 식탁에서 가르침을 받고 원기를 회복한다. 이 두 부분 외에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이 있다.
시작 예식
말씀 전례 앞에 오는 예식, 곧 입당, 인사, 참회, 자비송, 대영광송과 본기도는 시작하고 이끌고 준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예식들의 목적은 한데 모인 교우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믿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합당하게 성찬례를 거행할 준비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1. 입당 및 인사
입당송의 고유한 기능은 미사 거행을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촉진하며, 그들의 정신을 전례 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인도하고, 그들을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시키는 데에 있다.
2. 참회
그리스도 공동체는 참회의 행위로써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하느님과 모든 형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사실 죄는 하느님과 교회를 해치는 것이다. 중죄를 지은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성사적 가치는 지니지 못할지라도 이 참회의 시간은 중요하다. 아직도 자신의 죄에 묶여 있거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회개하지도 않은 사람은 주님의 파스카 거행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없고 주님의 몸과 피를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3. 자비송
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Christe eleison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미사곡의 첫째 곡은 자비송(Kyrie)으로 전체 미사통상문 중에 유일하게 라티움어가 아니다. 헬라어를 라티움어로 옮겨온 것으로, 헬라어 원문은 "Κύριε ἐλέησον, Χριστὲ ἐλέησον, Κύριε ἐλέησον."이다. 자비송은 이중적 가치를 지니는데 새로 오실 구세주에 대한 환호(Κύριε: 황제적이고 개선적인 호격)와 참회의 용서에 대한 간청이다.
4. 대영광송
교회는 매우 오래되고 고귀한 이 찬미가로써 성령 안에 함께 모여 하느님 아버지와 어린양께 영광을 드리고 간구한다.
Glória in excélsis Deo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et in terra pax homínibus bonae voluntátis.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Laudámus te,
주님을 기리나이다,
benedícimus te,
찬미하나이다.
adorámus te,
주님을 흠숭하나이다,
glorificámus te,
찬양하나이다.
grátias ágimus tibi propter magnam glóriam tuam,
주님 영광 크시오니 감사하나이다.
Dómine Deus, Rex cæléstis,
주 하느님 하늘의 임금님
Deus Pater omnípotens.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
Dómine Fili Unigénite, Iesu Christe,
외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Dómine Deus, Agnus Dei, Fílius Patris,
주 하느님, 하느님의 어린양, 성부의 아드님,
qui tollis peccáta mundi, miserére nobis;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qui tollis peccáta mundi, súscipe deprecatiónem nostram.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Qui sedes ad déxteram Patris, miserére nobis.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신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Quóniam tu solus Sanctus, tu solus Dóminus, tu solus Altíssimus,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며, 홀로 높으신 예수 그리스도님
Iesu Christe, cum Sancto Spíritu: in glória Dei Patris. Amen.
성령과 함께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 안에 계시나이다. 아멘.
대영광송의 텍스트는 루카 복음서의 예수 탄생 일화에서 기반한 것이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복음서 2장 10-14절)
대영광송은 자비송 뒤에 바로 이어지는데, 자비송에서 'Κύριε'를 통한 주님에 대한 찬양과 찬미가 대영광송에서 성부, 성자, 성령 각 위격에 대한 찬양으로 확장되는 의미를 가진다.
5. 본기도
이 기도는 그날 거행되는 신비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사제의 말로써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한다.
말씀 전례
독서와 그 사이에 오는 노래들이 말씀 전례의 중심 부분을 구성한다. 강론, 신앙 고백, 보편 지향 기도와 관련 기도문은 이 부분을 전개하고 마감한다. 말씀 전례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그 백성에게 해방과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 보이시며, 영신의 양식을 주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을 통하여 백성들 가운데 현존하신다. 교우들은 침묵과 노래로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것으로 삼고, 신앙 고백으로 자신을 말씀에 일치시킨다. 이렇게 양식을 얻은 백성은 보편 지향 기도를 통하여, 세계 교회의 필요한 은혜와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기도한다.
1. 제1 독서: 해당일의 복음과 관련된 구약의 한 부분을 읽는다.
2. 화답송: 시편을 노래한다.
3. 제2 독서: 복음서를 제외한 신약의 한 부분을 읽는다.
4. 복음환호송: 알렐루야를 노래한다.
5. 복음: 사제가 복음서를 읽는다.
6. 강론: 사제가 그날의 말씀에 대해 강론한다.
7. 신앙고백
Credo in unum Deum,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Patrem omnipoténtem,
전능하신 아버지,
Factórem cæli et terræ,
하늘과 땅과
Visibílium ómnium et invisibílium.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Et in unum Dóminum Iesum Christum,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Fílium Dei Unigénitum,
하느님의 외아들
Et ex Patre natum ante ómnia sæcula.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Deum de Deo, lumen de lúmine, Deum verum de Deo vero,
하느님에게서 나신 하느님, 빛에서 나신 빛,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Génitum, non factum, consubstantiálem Patri: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한 본체로서
Per quem ómnia facta sunt.
만물을 창조하셨음을 믿나이다.
Qui propter nos hómines et propter nostram salútem
성자께서는 저희 인간을 위하여, 저희 구원을 위하여
Descéndit de cælis.
하늘에서 내려오셨음을 믿나이다.
Et incarnátus est de Spíritu Sancto
또한 성령으로 인하여
Ex María Vírgine, et homo factus est.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
Crucifíxus étiam pro nobis sub Póntio Piláto;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Passus, et sepúltus est,
수난하고 묻히셨으며
Et resurréxit tértia die, secúndum Scriptúras,
성서 말씀대로 사흗날에 부활하시어
Et ascéndit in cælum, sedet ad déxteram Patris.
하늘에 올라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심을 믿나이다.
Et íterum ventúrus est cum glória,
그분께서는 영광 속에 다시 오시리니
Iudicáre vivos et mórtuos,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Cuius regni non erit finis.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으리이다.
Et in Spíritum Sanctum, Dóminum et vivificántem: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Qui ex Patre Filióque procédit.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Qui cum Patre et Fílio simul adorátur et conglorificátur: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Qui locútus est per prophétas.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Et unam, sanctam, cathólicam et apostólicam Ecclésiam.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
Confíteor unum baptísma in remissiónem peccatorum.
죄를 씻는 유일한 세례를 믿으며
Et expecto resurrectionem mortuorum,
죽은 이들의 부활과
Et vitam ventúri sæculi. Amen.
내세의 삶을 기다리나이다. 아멘.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Symbolum Nicaeno-Constatinopolitanum)이라고도 한다. 그리스도교가 분열하기 전에 만들어진 신앙고백문으로 종파를 막론하고 받아들여지며, 그리스도교 교리의 정수를 공의회에서 공표한 것이다.
8. 보편지향기도
보편 지향 기도의 순서는 보통 (1) 교회, (2) 위정자와 온 세상의 구원, (3)온갖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이들, (4) 지역 공동체를 위하여 한다.
성찬 전례
그리스도께서는 마지막 만찬에서 새로운 파스카를 세우시고, 이를 통하여 교회 안에 십자가 제사를 현존하게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제는 주님 친히 행하시고, 당신을 기억하여 행하도록 제자들에게 맡기신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 예물 봉헌에서 빵과 포도주가 물과 함께 제대로 운반된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당신 손에 드셨던 것과 같은 것들이다. 감사 기도 안에서 구원의 업적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 기도의 힘으로 봉헌물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 하나의 빵을 쪼갬으로써 신자들의 일치가 드러난다. 신자들은 성찬의 참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 성찬의 참여는 그 옛날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손에서 빵과 포도주를 받던 것과 같은 모양으로 행해진다.
1. 예물 기도
이 기도로 예물 준비를 마치며, 예물을 하느님께 드린다. 이 기도로 감사 기도를 준비한다.
2. 감사기도
이제 전례 거행 절정의 순간, 곧 감사와 축성의 기도라고 할 수 있는 감사 기도가 시작된다. 사제는 주님께 마음을 들어 올리도록 교우들을 초대하고, 온 공동체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장엄 기도 안에서 그들을 자신과 하나 되게 한다. 모든 교우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하느님의 위대하신 업적을 찬양하고, 제사를 봉헌한다.
3. 거룩하시도다
Sanctus, Sanctus, Sanctus,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Dominus Deus Sabaoth.
온 누리의 주 하느님!
Pleni sunt cæli et terra gloria tua.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그 영광!
Hosanna in excelsis.
높은 데서 호산나!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Hosanna in excelsis.
높은 데서 호산나!
앞부분은 구약의 예언서에서 기원한다.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에, 나는 높이 솟아오른 어좌에 앉아 계시는 주님을 뵈었는데, 그분의 옷자락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분 위로는 사랍들이 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이사야서 6장 1-3절)
뒷부분은 시편에서 기원하여 복음서에 나온 구절에 기원한다.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아, 주님 구원을 베푸소서. 아, 주님, 번영을 베푸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오는 이는 복되어라. 우리는 주님의 집에서 너희에게 축복하네. 주님은 하느님 우리를 비추시네. 제단의 뿔에 닿기까지 축제 제물을 줄로 묶어라. 당신은 저의 하느님, 당신을 찬송합니다. 저의 하느님, 당신을 높이 기립니다. 주님을 찬송하여라, 좋으신 분이시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시편 118, 24-29절)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딸 시온에게 말하여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암나귀를, 짐바리 짐승의 새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제자들은 가서 예수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암나귀와 어린 나귀를 끌고 와서 그 위에 겉옷을 펴 놓았다. 예수님께서 그 위에 앉으시자, 수많은 군중이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다. 또 어떤 이들은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았다. 그리고 앞서 가는 군중과 뒤따라가는 군중이 외쳤다.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마태오 복음서 21장 4-9절)
호산나는 "주님, 저희를 구원하소서!"라는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해 이 기도문은 천사(사랍)들과 함께 세 번 거룩하신 주님을 외치며 천상 전례에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4. 성령 청원
교회는 봉헌된 예물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해 달라고 하느님의 능력을 청하며 기원한다.
5. 성찬 제정과 축성문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세우신 제사가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위로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봉헌하시고, 그것을 먹고 마시라고 제자들에게 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제자들 에게 이 신비를 영구히 거행하라고 명하셨다.
Qui cum Passioni voluntarie traderetur, accepit panem et gratias agens fregit, deditque discipulis suis, dicens: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Accipite et manducate ex hoc omnes:
Hoc est enim Corpus meum, quod pro vobis tradetur.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Simili modo, postquam cenatum est, accipiens et calicem, iterum gratias agens dedit discipulis suis, dicens:
저녁을 잡수시고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Accipete et bibite ex eo omnes:
Hic est enim calix Sanguinis mei novi et aeterni testament,
qui pro vobis et pro multis effundetur in remissionem peccatorum.
Hoc facite in meam commemorationem.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6. 기념과 봉헌
교회는 사도들을 통하여 그리스도께 받은 명령을 이행하면서 특별히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여 기념한다. 교회는 이것을 기념하면서 특별한 양식으로, 그 순간에 그 자리에 모인 교회를 성령 안에서 깨끗한 제물로 아버지께 봉헌한다. 교회는 신자들이 예수님의 제사를 봉헌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봉헌할 줄 알기를 바란다.
7. 전구
성찬례는 천상과 지상의, 온 교회의 통공 안에서 거행된다. 교회의 봉헌은 교회를 위하여, 또 그의 모든 지체, 곧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하여 행해진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하여 얻은 해방과 구원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8. 마침 영광송
이 기도는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스러운 찬미이며, 백성의 환호로 확인되고 끝맺는다.
영성체 예식
성찬례의 거행은 파스카 잔치이기 때문에 주님의 명령에 따라 준비를 제대로 갖춘 신자들이 주님의 몸과 피를 영적인 양식으로 받아 모시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에 빵을 쪼개어 나누고 신자들이 직접 성찬에 참여하도록 준비시키는 예식들이 있다.
1. 주님의 기도
이 기도 안에서 날마다 먹을 양식을 청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양식이 성찬의 빵, 곧 성체를 암시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주님의 기도에서는 또 죄의 정화를 간청한다. 그리하여 참으로 “거룩한 선물이 거룩한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Praeceptis salutaribus moniti, et divina institutione formati, audemus dicere: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Pater noster, qui es in caelis: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sanctificetur Nomen Tuum;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adveniat Regnum Tuum;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fiat voluntas Tua,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sicut in caelo, et in terra.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Panem nostrum quotidianum da nobis hodie;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et dimitte nobis debita nostra,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Sicut et nos dimittimus debitoribus nostris;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et ne nos inducas in tentationem;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sed libera nos a Malo.
악에서 구하소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주었다는 기도문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 제일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기도문이다. 루카 복음서와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데, 루카 복음서의 것이 조금 더 짧기 때문에 원본에 가깝다고 받아들여지고, 그리스도교에서는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 것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6장 9-15절)
2. 평화 예식
신자들은 평화 예식으로 교회와 온 인류를 위하여 평화와 일치를 간구하고, 또한 성체를 모시기 전에 교회에서 누리는 일치와 서로의 사랑을 표현한다.
3. 빵 나눔
빵을 쪼개는 동작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행하셨던 것인데, 큰 빵을 나눈다는 실천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신 오직 하나의 생명의 빵을 나눔으로써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는 데에서 의미를 지닌다.
4. 하느님의 어린양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일 년 된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발랐고, 유다인의 번제물처럼 죄 없는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하였기 때문에 예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바로 어린양이다. 구약에 나오는 어린양은 하느님을 위하여 인간이 준비한 것이지만, 예수는 하느님이 인류를 위하여 준비하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부른다. 예수에게 세례를 준 세례자 요한도 예수를 보고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외친다.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하고 내가 전에 말한 분이시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내가 와서 물로 세례로 준 것은,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한은 또 증언하였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요한 복음서 1장 25-34절)
5. 영성체
영성체는 예수님께서 파스카 잔치로 당신 교회에 남겨 주신 제사에 온전히 참여하게 한다. “사제와 마찬가지로 신자들도 바로 그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로 주님의 몸을 모시고, 미리 허용된 경우에는, 성작에서 성혈을 모시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표지들을 통하여, 영성체가 현재 거행되는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6. 영성체송
이 노래는 하나의 목소리로, 성체를 모신 사람들이 영적으로 하나 됨을 표현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드러내며, 그리스도의 몸을 받으러 나아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좀 더 친교와 일치를 이루게 하는 목적을 갖는다.
7. 영성체 후 기도
성체를 받아 모시고 나서 드리는 이 기도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를 계속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고, 주님 잔치의 풍성한 결실을 청하는 것이다.
마침 예식
1. 강복
2. 파견
파견은 교우들을 헤쳐 보내어, 각자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 주님을 찬미하며 맡은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복음화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라티움어로 파견하는 말이 "Ite, missa est."다. 가톨릭 교회의 성찬례를 미사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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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aint-Saëns - Danse Macabre, Op. 40
2009년 3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있었던 일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08/09 시즌은 올림픽 전 시즌으로 다음 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점치는 중요한 해였다. 08/09 시즌에 이르러 김연아는 고생하던 부상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 장대한 시즌 마무리가 바로 이 세계선수권대회로, 이 대회에서 김연아는 무결점의 연기로 여자 싱글 최고점을 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씀과 동시에 올림픽 전 시즌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 올림픽의 우승자는 누구나 아는 그분.)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음악은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Camille Saint-Saëns, 1835-1921)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 작품번호 40번(Danse Macabre, Op. 40)으로, 김연아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하여 편곡된 곡을 사용했지만(그리고 경기용으로 길이도 줄였다.) 원곡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조금 더 긴) 곡이다.
생상은 당시 유행하던 '죽음의 무도'에 감명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는데 죽음의 무도란 본디 중세 말에 유행하던 죽음의 보편성에 관한 알레고리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전하기 위하여 주로 해골로 표현된 죽음 자체가 여러 지위의 사람들과 무덤에서 춤을 추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생상의 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작품은 장 라오르(Jean Lahor, 1840-1909 필명 앙리 카잘리스 Henri Cazalis)의 시다.
Zig et zig et zig, la mort en cadence
Frappant une tombe avec son talon,
La mort à minuit joue un air de danse,
Zig et zig et zag, sur son violon.
Le vent d'hiver souffle, et la nuit est sombre,
Des gémissements sortent des tilleuls ;
Les squelettes blancs vont à travers l'ombre
Courant et sautant sous leurs grands linceuls,
Zig et zig et zig, chacun se trémousse,
On entend claquer les os des danseurs,
Un couple lascif s'assoit sur la mousse
Comme pour goûter d'anciennes douceurs.
Zig et zig et zag, la mort continue
De racler sans fin son aigre instrument.
Un voile est tombé! La danseuse est nue!
Son danseur la serre amoureusement.
La dame est, dit-on, marquise ou baronne.
Et le vert galant un pauvre charron – Horreur!
Et voilà qu'elle s'abandonne
Comme si le rustre était un baron!
Zig et zig et zig, quelle sarabande!
Quels cercles de morts se donnant la main!
Zig et zig et zag, on voit dans la bande
Le roi gambader auprès du vilain!
Mais psit! tout à coup on quitte la ronde,
On se pousse, on fuit, le coq a chanté
Oh! La belle nuit pour le pauvre monde!
Et vivent la mort et l'égalité!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한 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그, 지그, 재그,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겨울바람이 불고, 밤은 어둡고,
린덴 나무에서 신음이 들려온다.
하얀 해골이 제 수의 밑에서 달리고 뛰며,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건넌다.
지그, 지그, 지그, 모두들 뛰어 돌며,
무용수들의 뼈 덜그럭거리는 소리 들려온다.
욕정에 들끓는 한 쌍 이끼 위에 앉아
기나긴 타락의 희열을 만끽한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은 계속해서,
끝없이 악기를 할퀴며 연주를 한다.
베일이 떨어진다! 한 무용수 나체가 된다.
그녀의 파트너가 요염하게 움켜잡는다.
소문에 그 숙녀가 후작이나 남작 부인이란다.
그녀의 용감한 어리석은 달구지 끄는 목수.
무섭도다! 그녀는 저 촌뜨기가 남작인 마냥
자기를 그에게 어떻게 허락한다.
지그, 지그, 지그. 사라반드 춤!
죽음이 모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춘다.
지그, 지그, 재그. 군중 속에 볼 수 있는
농부 사이에서 춤을 추는 왕.
하지만 쉿! 갑자기 춤은 멈춘다,
서로 떠 밀치다 날래게 도망친다; 수탉이 울었다.
아,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과 평등이여 영원하라!
생상이 어떻게 이 시를 멋지게 음악으로 표현하였는지를 악보와 함께 감상해보자. 다음 악보는 프랑스 출판사 뒤랑(Durand)에서 나온 악보로, 대부분의 용어가 프랑스어로 적혀있다.
죽음의 '무도'니 만큼 빠르기말로 'Mouvement modéré de Valse', 즉 '보통의 왈츠 빠르기로'라고 지시되어있다. 아무래도 프랑스의 해골들이라 죽어서도 왈츠를 추나보다. 곡은 하프(Harpe)가 D음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며 시작되는데, 총 몇 번 연주하는지 세어보자. 딱 12번 연주한다. 자정이 되어 성당의 종이 12번 울리면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첼로(Violoncells)와 더블 베이스(Contrebasses)의 낮은 피치카토로 음산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바이올린 솔로(주로 악장이 맡으나 때때로 솔리스트가 연주)가 해골들을 불러들인다.
지그, 지그, 재그,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바이올린은 네 개의 현을 가지고 있는데, 높은 현부터 E-A-D-G로 (당연하게도) 5도 간격으로 조율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조율법인데, 생상은 바이올린 솔로에게 조금 다른 조율법을 요구한다.
바이올린을 Eb-A-D-G로 조율하란다. 이렇게 변칙적으로 조율하는 것을 이탈리아어로 스코르다투라(scordatura)라고 한다. 생상은 맨 위의 I번 현을 반음 낮춰서 조율하기를 요구하는데, 지난 글에서 음정 계산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여기에서 써먹어보자. G-D나 D-A의 간격은 5도고, 퓌타고라스 비율에서 나올 수 있는 음정이니 이들의 음정은 완전5도(700센트)다. A와 위로 완전5도 음정을 가진 음은 (당연히) E인데, 여기에서 E를 Eb으로 반음 낮추어 음정이 반음(100센트) 좁아졌으니 A와 Eb은 감5도(600센트)가된다.
이 감5도는 음악사에서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조성 음악이 나타나기 전 그리스도교 전례에 쓰이는 곡들이 교회 선법(church modes)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교회 선법은 처음에 8가지로 시작했다가, 후에 12개로 늘어나는데 그 12개는 다음과 같다.
교회 선법은 건반악기의 흰건반만을 가지고 만드는데, 처음에는 위의 8개만 존재했다. 왼쪽이 정격 선법(authentic mode), 오른쪽이 변격 선법(plagal mode)으로, 정격 선법과 변격 선법은 '완전5도 사이의 음들'과 '완전4도 사이의 음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제 1선법인 도리아(Dorian)를 예로 들자면 'DEFGA'와 'ABCD'를 가지고 'ABCD'를 'DEFGA'위에 배치하면 정격 선법이 되고, 아래에 배치하면 변격 선법이 되는 것으로 아래를 뜻하는 그리스어 전치사 'ὑπό(hypo)'를 붙여 제 2선법 휘포도리아(Hypodorian)라고 불렀다. 본래 있었던 선법은 D, E, F, G를 가지고 만든 도리아(1,2), 프뤼기아(3,4), 뤼디아(5,6), 믹솔뤼디아(7,8)이고, 후에 C와 A를 가지고 만든 이오니아(11,12)와 에올리아(9,10) 선법이 추가된다. 이오니아와 에올리아를 보자. 어디서 많이 보던 음계 아닌지? 조성음악에 쓰이는 장음계(major scale)와 단음계(minor scale)가 바로 각각 이오니아와 에올리아 선법에서 발전한 것들이다.
위의 악보에서 종음(finalis)과 도미넌트(dominant, 선법에서의 도미넌트는 조성 음악에서의 도미넌트와 다름)가 배온음표와 온음표로 표시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종음은 곡의 마지막에 쓰이는 음이고, 도미넌트도 곡에서 제일 주요하게 쓰이는 음을 뜻한다. 정격 선법에서는 5도 위의 음이(프뤼기아는 예외), 변격 선법에서는 3도 위의 음이(휘포프뤼기아와 휘포믹솔뤼디아는 예외) 도미넌트가 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한 옥타브 내의 흰건반은 7개인데 선법은 14개가 아니라 12개라니. 다시 들여다보면 B로 시작하는 선법이 없다. 이론적으로 B로 시작하는 로크리아(Locrian)라는 선법이 있었다고 하는데, 잘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선법들에서 종음과 5도 위의 음(주로 도미넌트)은 무조건 완전5도를 이루지만, 로크리아 선법에서는 B와 5도 위의 음인 F가 완전5도를 이루지 못하고 반음 모자란 감5도를 이룬다. 중세의 음악가들은 이 감5도를 처리하는데 대단히 애를 먹었는데, 완전5도에 비해 울림도 좋지 않거니와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감5도로 진행하는 음정을 어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로크리아 선법이 자주 쓰이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 감5도는 단2도(반음)와 함께 라티움어로 'Diabolus in Musica', 즉 '음악의 악마'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데, 이 강렬한 명칭 때문에 가톨릭 교회가 이 감5도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낭설까지 만들어졌다.
건반에서 한 옥타브 차이나는 C부터 순서대로 반음씩 거리를 좁혀보자. 아래의 C는 C-C#-D-D#-E-F-F#으로, 위의 C는 C-B-Bb-A-Ab-G-Gb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하다 보면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바로 F#/Gb이다. C-F#의 음정은 C-F가 완전4도(500센트)인데 반음 멀어졌으므로 증4도(600센트)가 된다. F#-C의 음정은 어떠한가, F#-C#이 완전5도(700센트)인데 반음 좁아졌으므로 감5도(600센트)가 된다. 즉, 증4도와 감5도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음정이다. 이들의 간격은 600센트로 세 개의 온음(200센트)의 간격과 같으므로 이 두 개의 음정을 트라이톤(tritone)이라고 부른다.
이 트라이톤 음정이 중세인들에게는 부자연스러운 음정이었겠지만, 조성 음악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이상한 음정이 아니다. V-I(도미넌트-토닉)으로 진행하는 종지(cadence)에서 V대신 도미넌트 7화음(dominant 7th, V7)을 사용할 수 있다. 도미넌트 7화음은 도미넌트 3화음(dominant triad) 위에 7음을 얹은 것으로, 다 장조(C major)에서는 도미넌트 3화음인 GBD에 G의 7음인 F를 얹으면 도미넌트 7화음이 된다.
다 장조의 도미넌트 7화음 안을 들여다보면 B-F가 보인다. 즉, 도미넌트 7화음 안에 트라이톤 음정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트라이톤 음정은 아주 멋진 진행으로 해결될 수 있는데, 서브도미넌트는 메디언트로, 리딩톤은 토닉으로 진행하면 완벽한 종지가 된다.
이렇게 조성 음악에서 감5도는 그렇게 생경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후대의 음악가들은 이 '악마의 음정'이라는 이름에 깊이 매료되었다. 때문에 지옥 혹은 악마와 관련된 것들은 이 트라이톤을 통해 표현되는데, 유명한 예시로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중 일곱 번째 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Aprè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Sonata)', 일명 '단테 소나타'의 시작 부분이 있다.
두란테 알리기에리(Durante Alighieri, 약칭 단테 알리기에리, 1265-1321)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서 단테는 지옥-연옥-천국을 차례로 여행한다. 그 시작인 지옥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리스트는 A-Eb의 트라이톤 음정이 연달아 하강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단테 소나타 자체는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아닌 빅토르 위고의 시 '단테를 읽고'를 읽고 작곡한 곡으로, 리스트가 '신곡'을 읽고 쓴 곡은 단테 소나타가 아닌 단테 교향곡이다.)
어쨌든 지옥을 표현하는 음정이라니. 이보다 더 죽음에 어울리는 음정이 있으랴. 생상도 바이올린을 트라이톤으로 조율하고 죽음의 무도를 시작한다.
바이올린 솔로 악보 위의 0은 왼손을 짚지 않은 개방현(open string)으로 연주하라는 표시다. 현대의 현악기 주법에서는 기본적으로 개방현을 최대한 피해서 연주하게 된다. 첫째로, 현대의 연주자들은 보통 모든 음에 비브라토를 넣어 소리를 만드는데 개방현에서는 비브라토를 할 수 없기 때문이거니와, 둘째로 개방현이 손으로 짚는 음들과는 다르게 특징적인 공허한 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상은 이 곡에서 스코르다투라를 한 개방현으로만 연주하게 하여 죽음의 천사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기괴한 소리를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바이올린 솔로가 죽음의 무도의 시작을 알리자 해골들이 깨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솔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주고받으며 춤곡을 연주하는데, 솔로 바이올린의 모든 현이 똑같이 스코르다투라 된 것이 아니라 I번 현만 스코르다투라 되었으므로, 악장의 두뇌를 보호하기 위하여 솔로 바이올린의 멜로디는 I번 현에서 연주되지 않는다. 생상이 친절하게 II번 현(2e Corde, A현)에서 연주하라고 지시해두었다.
이 곡에서는 당시에 오케스트라에서 잘 쓰이지 않던 악기가 등장해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바로 실로폰(Xilophone)이다. 실로폰의 딱딱거리는 소리로 해골들의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표현해낸다.
지그, 지그, 지그, 모두들 뛰어 돌며,
무용수들의 뼈 덜그럭거리는 소리 들려온다.
광란의 춤이 계속되는 와중에 예전 글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멜로디가 변형되어서 나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악보의 D 부분부터 피콜로(Petite Flûte, 약. Pte Fl.), 플루트(Grandes Flûtes, 약. Gdes Fl.), 오보에(Hautbois 약. Hb), 클라리넷(Clarinettes, 약. Cl.), 바순(Bossons, 약. Bons)의 목관악기군이 연주하는 이 멜로디는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장례미사 부속가인 '진노의 날(Dies irae)'을 장조로 전조한 것이다.
Dies iræ, dies illa,
solvet sæclum in favilla,
Teste David cum Sibylla.
Quantus tremor est futurus,
quando judex est venturus,
cuncta stricte discussurus.
진노의날 닥쳐오면/다윗시빌 예언대로/세상만물 재되리라
온갖선악 따지시러/심판관이 오시는날/놀라움이 어떠하랴
장례미사에 쓰이는 부속가를 장조로 신나게 부르며 해골들이 춤을 춘다. 이 괴상한 죽음의 무도는 새벽이 밝아와야 끝나는데, 새벽은 누가 불러오는가?
오보에(Hautbois, 약. Hb)가 수탉의 울음소리로 새벽을 불러온다. Eb-G-Bb의 장3화음이다. 죽음의 감5도는 햇빛과 같은 장3화음에 물러간다. 현의 트레몰로는 해골들이 우당탕하며 무덤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하지만 쉿! 갑자기 춤은 멈춘다,
서로 떠 밀치다 날래게 도망친다; 수탉이 울었다.
홀로 남은 죽음의 천사가 마지막 탄식을 내뱉고 사라지며 간밤의 죽음의 무도는 막을 내린다.
아,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과 평등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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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 Bach - Well-Tempered Clavier Book II BWV 870-893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 (1941년 11월 20일)
항간에 의하면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시가 윤동주의 '서시'라고들 한다. '서시'를 좋아하는 한국인 모두가 윤동주의 일생과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동주의 삶을 몰라도,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몰라도, 한국어를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도 서시를 낭독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모두가 느끼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시가 되었으리라.
건반악기라는 것은 참으로 독특하다. 오보에는 오직 하나의 선율만 연주할 수 있고, 바이올린은 종종 화음을 연주하긴 하지만 그래도 태생적으로는 선율 악기이다. 그래서 풍부한 음악을 만들기 위하여 항상 반주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건반악기이든, 다른 선율 악기들의 집합체이든. 하지만 건반악기는 홀로 완전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선율과 반주를 한꺼번에 연주할 수 있고, 평균율의 발명으로 24개의 모든 장단조를 한 악기에서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바흐를 포함한 후대의 작곡가들은 이 평균율로 조율된 건반악기 위에서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으로 수만 가지 갈래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바로 '조성 음악'이라는 언어로 말이다. 윤동주의 '서시'를 감상하기 위해 한국어를 알아야 하듯이,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곡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우리도 적어도 그들의 알파벳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많은 작곡가들의 위대한 작품들을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은 우리가 음악시간에 접했던 것들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중세에는 '교회 선법'으로 그리스도교 전례에 쓰이는 거룩한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만들어졌다.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조성 음악'이 나타나게 되었고 필요에 의해 순정률을 거쳐 평균율이 발명되게 된다. 그렇다면 '조성'이란 무엇인가. 한국어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조성(調性, tonality)이 있는 음악은 음악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하나의 음 또는 하나의 화음을 중심으로 하여 일정한 음악관계를 가지고 있을 경우를 말한다.'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에 의한 열두 개의 변주곡 KV265 (Die Zwölf Variationen über das französische Lied „Ah, vous dirai-je, Maman“ KV265)'의 조성은 다 장조(C major)인데 이는 이 곡에 쓰이는 화성이나 멜로디가 다 장조의 으뜸음인 C를 중심으로 하여 음악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다 장조의 음계(Scale)를 살펴보자.
다 장조의 음계는 한국어로는 '다라마바사가나다', 영어로는 'CDEFGABC'(독일어로는 'CDEFGAHC')로 이루어진다. 건반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겠다.
한 옥타브를 선형적으로 1200센트로 나누었을 때, 반음(semitone or half step)의 간격이 100센트가 된다. 예를 들어 두 흰건반 사이에 검은 건반이 없는 E-F와 B-C 사이가 그렇다. 이와 달리 두 흰건반 사이에 검은건반을 가지고 있는 음들도 있는데, 예로 C와 D 사이가 그렇다. 'C-C#', 'C#-D' 두 개의 반음 간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C와 D사이의 간격은 200센트이다. 이를 '온음(tone or whole step)' 간격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 장조 음계는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의 음 간격을 가지게 된다.
위에서 음을 알파벳(CDEFGAB)으로 표기했는데, 우리가 A라고 부르는 음들은 진동수 440Hz의 2 배수 관계에 있는 음들이다. (한 옥타브 높은 A는 220Hz, 한 옥타브 낮은 A는 880Hz) 이 표기는 고유한 진동수를 가진 음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조성과 무관한 물리적 성질에 의하여 정해지는 표기이다. 하지만 '조성 음악'에서 어떠한 음/화음과 '으뜸음/으뜸화음'간의 관계는 음높이와 상관없이 조성 안에서 정해 지므로, 음높이와 상관없이 그 음/화음의 성질을 표기하는 음이름이 필요하다. 이때 그 조성의 으뜸음을 '토닉(Tonic)'이라 부르는데, 조성(Tonality)을 생각한다면 왜 토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자명할 것이다.
다른 음들의 이름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에게 친숙한 계이름인 '도레미파솔라시도'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겠다. '도레미파솔라시도'에 관한 제일 유명한 노래는 아마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던 '도레미송'이겠지.
여기서 오리지널 버전의 '도레미송'을 소개한다.
Ut queant laxis
resonare fibris
Mira gestorum
famuli tuorum,
Solve polluti
labii reatum,
Sancte Iohannes.
당신의 종이 당신의 업적의 훌륭함을
목소리로 편안히 함께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 입술의 죄를 씻어 주소서, 성 요한이여.
(성 요한 찬가)
이는 '성 요한 찬가'로 11세기경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c.991~c.1033)가 여기서 가사의 첫음절을 따 'Ut, Re, Mi, Fa, Sol, La'라는 이름을 붙이며 계이름이 만들어졌다. 이후 7음계가 만들어져 마지막에 도입된 음에 Sancte Iohannes에서 따온 'Si'를 붙이고, Ut이 닫힌 발음이기 때문에 Dominus(주님)에서 따온 Do가 Ut을 대신하면서 우리가 현재 쓰는 '도레미파솔라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계이름은 음이름처럼 음높이에 맞추어져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성에 따라 변한다. 다 장조에서 'CDEFGABC'가 '도레미파솔라시도'였다면, 라 장조에서는 'DEF#GABC#D'가 '도레미파솔라시도'인 것.
다시 음이름으로 돌아와 도레미송에 나오는 '도미미, 미솔솔, 레파파, 라시시'를 부르고 마지막 '시'에서 멈추어보자. 어떠한 느낌이 드는가? 마지막에 '도'가 나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는 무척 자연스러운 것으로, 시-즉, 토닉(도) 반음 아래의 음-엔 토닉으로 진행하려는 강한 방향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음을 '리딩톤(Leading Tone)'이라고 부른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퓌타고라스 음계로 돌아가보면, 도와 솔 사이에는 진동수 2:3의 비율이 존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솔은 도와 어울리는 소리를 내면서 아주 특별한 관계를 가지는데, 이는 뒤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고 우선은 이 음을 '도미넌트(Dominant)'라고 부른다는 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퓌타고라스 음계에서 도에서 위로 솔을 만들었다면 아래로는 파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아래'로 만들어진 음이기 때문에, 라티움어 전치사 'sub'을 붙여 '서브도미넌트(Subdominant)'라고 부른다.
이제 순정률로 넘어가 보자. 순정률은 3화음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도와 솔 사이에서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 냈던, 진동수 비율이 6:5:4였던 미를 기억하는가? 토닉(도)과 도미넌트(솔) 사이에 있는 이 사이음(미)을 '메디언트(Mediant)'라고 부른다. 똑같이 아래로 만들어진 도미넌트인 서브도미넌트(파)와 토닉(도) 사이에 있는 음(라)을 '서브메디언트(Submediant)'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면 '도레미파솔라시'중에 '레'만 남게 되는데, 레는 토닉 위에 있기 때문에 위를 뜻하는 라티움어 전치사 'super'를 써서 '수퍼토닉(Supertonic)'이라고 부른다.
'도레미파솔라시'만큼 '토닉-수퍼토닉-메디언트-서브도미넌트-도미넌트-서브메디언트-리딩톤'이 익숙해져야한다. 음이름들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다 장조(C major)에서 다른 장조들로 넘어갈 차례다. 퓌타고라스가 썼던 방법으로 C(토닉)에서 G(도미넌트)로 넘어가보자. 위의 악보에서 1번 음에서 5번 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CDEFGABC(12345671)'을 연주하면 우리가 다 장조라고 쉽게 알 수 있다. G를 토닉으로 하여 'GABCDEFG(56712345)'를 연주해보자.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든다. 다 장조를 '장조'처럼 들리게 하는 음 간격은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이었는데, 'GABCDEFG'는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반음-온음'이다. G의 메디언트(B)와 서브도미넌트(C) 사이는 C의 리딩톤(B)과 토닉(C)이므로 반음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리딩톤이 되어야 할 F와 토닉 G의 관계를 본다면 반음이 아니라 온음이다. '리딩톤'이 되려면 토닉과는 반음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F를 반음 올려서(F#) 토닉인 G와 반음 간격을 만들어주면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을 만들게 되어 '사 장조(G major)' 음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매번 F에 임시표 #을 붙이는 것은 번거로우므로, 악보 처음에 조표로 F에 #을 표시하여 번거로움을 없앤다.
그렇다면 다시 G에서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G의 도미넌트인 D를 토닉으로 하는 음계를 만들어보자. 앞과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므로 C를 반음 올려 리딩톤으로 만들어 주어야 라 장조(D major) 음계가 된다.
조표에 올림표가 붙는 조성은 이렇게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5도씩 올라가면 된다. 그렇다면 라 장조(D major) 다음은 무엇인가? 바로 가 장조(A major)이고, 리딩톤은 G#이다. 이렇게 올림표가 붙는 조성은 리딩톤을 만들기 위하여 토닉 바로 아래 음에 #을 붙이면서 만들어진다.
이번엔 서브도미넌트 방향으로 내려가 보자. C의 서브도미넌트인 F를 토닉으로 하는 음계는 'FGABCDEF'로 이루어진다. F의 리딩톤인 E는 이미 토닉과 반음 관계를 이루는데, 메디언트(A)와 서브도미넌트가 되어야할 B가 반음이 아닌 온음 관계를 이룬다. 따라서 B를 반음 내려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바 장조(F major) 음계다.
그렇다면 다시 F의 서브도미넌트인 Bb을 토닉으로 하는 음계를 만들어보자. 앞과 같은 현상이 똑같이 발생하므로, 서브도미넌트가 되어야 할 E를 반음 내려(Eb) 음계를 만들면 된다.
조표에 내림표가 붙는 조성은 이렇게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5도씩 내려가면 된다. 마찬가지로 내림 나 장조(B flat major) 다음은 내림 마 장조(E flat major)이고, 서브도미넌트는 Ab이다. 이렇게 내림표가 붙는 조성은 서브도미넌트를 만들기 위하여 해당하는 음을 반음 내리며 만들어진다.
우리가 퓌타고라스 음계에서 C에서 시작하여 12개의 모든 음을 만들고 다시 C로(퓌타고라스 콤마가 발생하긴 했지만) 돌아왔듯이, 조성도 퓌타고라스 방식으로 C에서 시작하여 모든 조성을 만들고 C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표현한 그림을 5도권(Circle of Fifth)이라고 한다.
우선 안의 소문자는 무시하고 바깥의 대문자를 보자. C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퓌타고라스 5도씩 올라가면, '파도솔레라미시' 순서로 #이 붙게된다. 다시 C에서 시작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퓌타고라스 5도씩 내려가면 '시미라레솔도파' 순으로 b이 붙게 된다. 우리가 퓌타고라스 순서를 따라 조성을 만들어갔으므로, 이 조표가 붙는 순서도 당연히 퓌타고라스 순서를 따른다. 11시 방향에 있는 F부터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움직여보자. 바로 #이 붙는 '파도솔레라미시'가 보인다. 5시 방향에 있는 B부터 시작하여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여보자. b이 붙는 '시미라레솔도파'가 보인다. 따라서 '장조' 조표를 읽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조표가 #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마지막으로 붙어 있는 #의 음이 해당 조의 '리딩톤'이 된다. 조표가 b로 이루어져 있다면 마지막으로 붙어있는 b의 음이 해당 조의 '서브도미넌트'가 된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24개의 장단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우리가 지금까지 12개의 장조를 만들었으므로 이제 나머지 12개의 단조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사실 장조와 단조는 여러 가지의 교회 선법 중 각기 다른 선법에서 발전한 것이지만, 설명을 간단히 하기 위하여 여기에선 단조를 한 장조의 서브메디언트를 토닉으로 하는 단음계를 사용하는 조성으로 말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다 장조(C major)와 조표를 함께 쓰는 단조(관계조, relate key)는 다 장조의 서브메디언트인 A를 토닉으로 하는 가 단조(a major)가 된다. 가단조의 음계는 'ABCDEFGA'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를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라고 한다. 단음계에서도 같은 음이름이 적용된다. 딱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ABCDEFGA'는 순서대로 '토닉-수퍼토닉-메디언트-서브도미넌트-도미넌트-메디언트-서브토닉-토닉'으로 불린다는 점. 왜냐면 자연 단음계에서는 G와 A가 반음이 아닌 온음을 이루기 때문에 G가 리딩톤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라티움어 전치사 'sub'를 써서 '서브토닉(Subtonic)'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토닉-으뜸음-을 결정짓는 것은 리딩톤이다. A를 으뜸음으로 하는 음계가 (장음계든 단음계든) 청중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리딩톤이 필요하다. 따라서 서브토닉(G)을 반음 올려(G#) 리딩톤으로 만든 것(ABCDEFG#A)을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라고 한다.
화성 단음계는 화음을 쌓아 화성 진행을 만들 때 필요하다. 하지만 멜로디를 화성 단음계에서 지으려고 했더니, F(서브메디언트)와 G#(리딩톤)의 관계가 반음(100센트)도 온음(200센트)도 아닌 300센트가 되어 멜로디를 만들 때 자연스럽지 않은 진행이 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F도 반음 올려(F#) 만든 단음계(ABCDEF#G#A)를 '가락 단음계(melodic minor scale)'라고 부른다. 리딩톤은 상행하는 음계에서만 작용하므로, 하행하는 가락 단음계는 자연 단음계의 그것을 차용한다.
5도권 안쪽에 소문자로 쓰인 조성들이 바로 단조들이다. 이렇게 24개의 장단조를 모두 만들어내었다.
이전 글에서 순정률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조성 음악에서 '3화음(triad)'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었다. '3화음'은 근음(root)에서 3도(3rd)와 5도(5th)의 음을 쌓아서 만든다. (음정 계산할 때 같은 음을 1도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C를 근음으로 하는 3화음은 3도 위의 E와 5도 위의 G를 쌓아서 만든 화음이다. 이렇게 다 장조(C major) 음계를 근음으로 하는 3화음을 만들면 다음과 같다.
이 3화음의 이름들은 순서대로 '토닉-수퍼토닉-메디언트-서브도미넌트-도미넌트-메디언트-리딩톤-토닉'이다. 각각의 화성들의 성질이 다 다른데, 이 성질들을 구별하기 위하여 우리가 음악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 음정(음 사이의 간격)을 계산해야 하는데, 건반을 잘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퓌타고라스로 돌아가 보자. 퓌타고라스가 이용했던 비율은 1:2와 2:3이었다. 이 비율로 얻어지는 음정들에겐 '완전(perfect)'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도'가 한 조의 으뜸음이므로 '도'와 1:2, 2:3의 비율을 가지는 음정은 도-도와 도-솔, 도-파뿐이다. 위의 건반에서 1도 간격(C-C), 4도 간격(C-F), 5도 간격(C-G) 8도 간격(C-C')다.
순정률에서는 3도를 계산할 수 있다. '도'와 6:5로 만들어지는 '미'를 장 3도라고 한다. 장음계(major scale)에서 완전 음정(1, 4, 5, 8)을 제외한 음정들(2, 3, 6, 7)에게는 '장(major)'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즉, 다 장조(C major)의 토닉 화음(CEG)은 C에서 장3도(E)와 완전5도(G)로 이루어진 화음을 말한다. 이렇게 장3도와 완전5도로 이루어진 화음을 장3화음(major triad)이라고 부른다. 센트로 표현하자면, 장3도는 400센트, 완전5도는 700센트가 된다.
다 장조(C major)와 조표를 같이 쓰는 관계조(relative key)인 가 단조(a minor)의 토닉 화음을 보자. 가 단조의 토닉 화음은 ACE인데, A와 E를 계산하면 700센트로 완전5도가 된다. A와 C의 사이는 300센트인데, 장3도인 400센트보다 반음(100센트) 모자라다. 이를 단3도(minor 3rd)라고 한다. 따라서 단조의 토닉 화음은 단3도와 완전5도로 이루어지고, 이를 단3화음(minor triad)라고 한다.
다시 다 장조(C major)의 3화음들로 돌아와서 각각을 근음으로 하는 3화음들을 계산해보면,
C: 장3화음
D: 단3화음
E: 단3화음
F: 장3화음
G: 장3화음
A: 단3화음
B: ?
가 된다. B-D의 사이는 300센트로 단3도인데, B-F의 사이는 600센트로 완전5도보다 반음 모자라다. 때때로 이렇게 완전음정이나 장단음정에서 반음이나 온음이 모자르거나 넘치는 음정이 있는데, 이때 모자르는 음정을 감음정(diminished), 넘치는 음정을 증음정(augmented)이라고 한다.
완전음정 (1,4,5,8)에서는: 겹감 - 감 - 완전 - 증 - 겹증
장단음정 (2,3,6,7)에서는: 겹감 - 감 - 단 - 장 - 증 - 겹증
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다 장조의 리딩톤 화음(BDF)은 단3도, 감5도로 이루어진 화음으로 감3화음이다. 화음의 성질을 표기하기 위하여 각각의 근음에 해당하는 로마 숫자를 쓰되, 장화음은 대문자로, 단화음은 소문자로 표기하고, 감화음은 o를, 증화음은 +를 붙인다.
다 장조(C major)의 3화음은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똑같이, 가 단조(A minor)의 (화성 단음계) 3화음은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조성을 만드는 것은 '토닉(I or i)'이다. 즉, 장조와 단조를 결정짓는 것은 토닉이 완전5도를 가진 후에 장3도를 가지느냐(I), 단3도를 가지느냐(i)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3음이 정말 중요하다. 토닉이 조성을 만들지만, 토닉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토닉으로 가게 만드는가? 바로 리딩톤이다. 그리고 리딩톤을 3음으로 가지는 화음은 무엇인가? 바로 도미넌트이다. 도미넌트(V) 화음을 들으면 토닉을 기대하게 된다. I-V-I(토닉-도미넌트-토닉)이 바로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드는 화성 진행이다.
I: 도도도(레)/미도/
V: 레레시시/
I: 도
토닉과 2:3의 비율을 가지는 도미넌트의 3음은 리딩톤이다. 토닉의 조성으로 전체 곡을 이끌기 위해서 도미넌트가 곡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미넌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래쪽으로 내려간 도미넌트인 서브도미넌트는 어떨까? 서브도미넌트도 토닉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지만 리딩톤이 없기 때문에 도미넌트만큼의 강력한 토닉으로 진행하려는 성질을 가지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름의 그 성질을 이용한 유명한 케이스가 바로 IV-I(서브도미넌트-토닉)으로 진행되는 '아멘 종지'이다. 그리스도교의 종교음악에서 마지막에 아멘을 노래하며 끝맺을 때 이 진행을 이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곡의 조성은 라 장조(D major)로, 토닉(I)은 DF#A, 도미넌트(V)는 AC#E, 서브도미넌트(IV)는 GBD가 된다. 보통 쓰이는 V-I형태의 끝맺음은 4마디의 '리세'와 12마디의 '리라'에서 진행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아멘'에서 IV-I로 끝맺는다.
IV는 아멘처럼 I로 진행될 수 있고 혹은 V로도 진행될 수 있는데, 사실 4마디의 '리세'전에 '드', 12마디의 '리라'전의 '알'이 IV이다. IV-V-I는 조성 음악의 근간이 되는 화성 진행으로, IV와 V를 꾸며주는 화음들, 혹은 대체하는 화음들로 길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주로 듣는 클래식 음악이고, 이 안에서의 아름다운 화성 진행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화성학이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무수한 이야기들을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 곡이 어떤 조인지, 그 조의 토닉은 무슨 화음인지, 도미넌트는 무슨 화음인지, 관계조는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 알파벳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다시 5도권을 생각해보자. 다 장조(C major)에서 사 장조(G major)로 전조(modulation)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G의 토닉이 바로 C의 도미넌트이기 때문에, G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F를 반음 올려 리딩톤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다 장조와 올림 다 장조(C# major)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이를 생각하면 순정률에서는 절대 전조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평균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로 24개 장단조를 다시 생각하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두 번째 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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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음'을 소재로 펼치는 예술이니 오늘은 '음' 자체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한다.
음의 자연현상부터 시작해보자. 우리가 피아노에서 C(가온 도-c1-보다 두 옥타브 아래의 도)음을 하나 친다고 하면, 우리 귀에는 C음뿐만이 아니라 배음(overtone)들도 함께 들리게 된다. 배음이란 음의 고유 진동수의 정수비 진동수를 가진 음들로,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현악기 주자들의 기본 주법인 '하모닉스(harmonics)'가 바로 이를 응용하는 것이다. 개방현에서 1/2, 1/3, 1/4, ..., 지점에 현을 누르지 않고 손가락만 댄 뒤 연주하면 해당하는 배음의 소리를 얻을 수 있다. 해당 배음들을 악보로 옮기면 다음과 같이 된다. 배음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피아노의 댐퍼 페달(오른쪽 페달)을 밟고 음을 치는 것이다. 피아노의 모든 현에서 댐퍼가 떨어지면 친 음의 배음들이 공명을 일으켜 해당 음들이 좀 더 명확히 들리게 된다.
악보에 쓰여져 있는 숫자는 위의 진동하는 현 그림에서 1/2, 1/3, 1/4, ...,를 의미한다. 이 현상에 관심 가진 위대한 수학자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그 유명한 퓌타고라스(Πυθαγόρας, c.570 – c.495 BC) 되시겠다. 퓌타고라스는 똑같은 재질, 똑같은 굵기의 현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들면, 즉 현의 길이의 비가 1:2가 되면, 한 옥타브 높은음을 내고(1,2번 음), 2:3이 되면 5도 위(2,3번 음)의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아름다운 화음의 비결이 바로 정수비에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현상인가! 아마도 그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그의 사상-'모든 세계는 유리수로 이루어져 있다.'-에 더욱 심취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1:2와 2:3의 비율을 가지고 음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도'와 2:3이 되는 음을 찾아 '솔'을 얻고, '솔'의 2:3이 되는 음을 찾아 '레'를 만들고, 다시 여기서 1:2의 비율로 한 옥타브 내려서 원하는 '레'를 얻는다. '파'는 '도'에서 거꾸로 내려가서 찾은 뒤 한 옥타브 올린다. 이런 식으로 하면 모든 음정을 가진 음계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음계를 '퓌타고라스 음계'라고 한다. 하지만 1:2와 2:3의 비율만을 이용하여 음계를 만들었을 때, 반음계를 모두 만들고 돌아오는 B#의 음고(C와 '딴이름한소리-이명동음-'의 관계)가 처음 시작 C의 음고와 1:2의 관계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마치, 퓌타고라스가 2의 제곱근이 유리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당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차이를 '퓌타고라스의 콤마'라고 부른다.
이 퓌타고라스 음계는 중세까지 쓰인다. 이때까지의 음악은 단선율 위주의, 조성이 없는 교회 선법에 따른 음악이 대부분이었다.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쓰이던 그레고리오 성가가 대표적이다.
Asperges me, Domine, hyssopo, et mundabor: lavabis me, et super nivem dealbabor.
주님,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 저를 씻어주소서. 눈보다 더 희어지리다.
Miserere mei, Deus, secundum magnam misericordiam tuam.
하느님, 당신의 크신 자애로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Gloria Patri, et Filio, et Spiritui Sancto,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 Amen.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Asperges me, Domine, hyssopo, et mundabor: lavabis me, et super nivem dealbabor.
주님,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 저를 씻어주소서. 눈보다 더 희어지리다.
(시편 51:9)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와 함께 조성 음악도 시작된다. 조성 음악이란 화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음악인데, 화성에 쓰이는 화음의 성격을 결정짓기 위해선 적어도 세 개의 음이 필요하다. 이를 3화음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음악시간에 배웠던 으뜸화음(도미솔, Tonic, I), 딸림화음(솔시레, Dominant, V), 버금딸림화음(파라도, Subdominant, IV) 등이 바로 이 화음들이다. 그런데 퓌타고라스 음계의 '도미솔'을 한꺼번에 연주하면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도-미', '미-솔' 사이의 비율이 맞지 않았다. 퓌타고라스 음계의 '도미솔'의 비율은 '54:64:81(진동수 기준)'이었다. 화음이라는 것이 나왔는데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지 않다니, 문제가 있었다. 다시 자연배음으로 돌아가서 살펴보자. 4, 5, 6번째 음을 한꺼번에 연주하면 바로 '도미솔' 화음이 되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하면 자연이 만들어준 완벽한 화음을 낼 수 있게 된다. 현의 길이가 6:5:4의 비율이 되면 되는 것이다. 1:2와 2:3으로 만들었던 퓌타고라스 음계 대신, 완벽한 화음을 위하여 2:3과 4:5를 사용하여 음계를 만들어보자. '도'에서 '미'와 '솔'을 만들고, '솔'에서 '시'와 '레'를 만든다. '도'에서 아래로 내려가 '파'와 '라'를 만든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음계를 바로 '순정률(Just Intonation)'이라고 한다.
4:5:6의 비율로 만들어진 이 완벽한 화음은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순정률도 문제가 있었으니, 음 간격이 고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순정률의 '도레미'의 비율은 '8:9:10(진동수 기준)'이 되니 '도-레'와 '레-미'의 간격이 달랐다. 이것은 여러가지 문제들을 야기했는데, 첫째로는 '금지된 화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조성음악에서 많이 쓰이는 으뜸화음, 딸림화음, 버금딸림화음들을 기준으로 만들어 낸 음계인만큼, 자주 쓰이지 않는 특정한 화음에서는 음간격이 자주 쓰이는 화음과 다르게 되어, 듣기 싫은 화음을 만들어냈다. 둘째로는 '딴이름한소리(이명동음)'가 '딴이름딴소리'가 되었다. '딴이름한소리'란, 'D#'과 'E♭', 'F#'과 'G♭'처럼 음의 이름과 표기는 다르나 실제로는 한 소리를 가리키는 것을 말하는데, 순정률에서 'F#'은 D의 3화음에서, 'G♭'는 'D♭'의 3화음에서 계산되어 나오는 것이니 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셋째로는 이렇기 때문에 한 조성에서 다른 조성으로의 전조(Modulation)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 장조(C Major)의 '도레미'는 'CDE'고, 라 장조(D Major)의 '도레미'는 'DEF#'이 되는데, 다 장조로 조율된 악기에서 라 장조를 연주하면 도레미가 도레미의 느낌이 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성악가와 현악기 주자들에게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 음고(pitch)를 자신이 조절할 수 있었다. 귀로 화음을 듣고 완벽한 화음이 나는 음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관악기 주자와 건반악기 주자였다. 관악기 주자야 숨을 더 불어넣어서 음을 약간 올리든 운지를 바꿔서 연주하든 희망이 조금 있었을지는 몰라도, 건반악기 주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해괴한 건반을 만들어낸다.
위의 영상에서 나오는 중전음률(Meantone Temperament)은 순정률에서 조금 수정된 것으로 '도미솔'에서 '도-솔'의 2:3 관계를 포기하고 '도-미'의 4:5 관계만 유지하여 음계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연주하기에도 불편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발명된 것이 바로 평균율(Equal Temperament)이다. '도'부터 한 옥타브 위의 '도'까지 총 12개의 음이 있으므로, 1:2의 비율을 12개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16세기까지 저런 해괴한 건반을 만들고 있지 않았을 것. 즉,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x^12 = 2'의 해를 구해야하는 것인데 17세기 초가 되서야 '로그(logarithm)'의 발견으로 'log x = (log 2)/12'의 로그 방정식을 해결하며 해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퓌타고라스는 조금 슬프겠지만, 당연하게도 유리수가 아니었다. 평균율에서 반음 간의 현의 비율은 1:1.059... 로 고정된다. 로그를 이용하여 1:2를 12로 나누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편하게 선형적으로 나누어보자. 이렇게 나눌 때는 한 옥타브를 1200 센트(cent)로 나누고, 각 반음의 간격을 100 센트라고 한다.
퓌타고라스 음계와 순정률에서 2:3의 비로 구한 '도-솔'은 702센트이다. 평균율과 2센트 차이가 난다. 퓌타고라스 음계에서 '도-미'의 간격은 408센트이고, 순정률에서 4:5로 구한 '도-미'의 간격은 386센트이다. 평균율에서는 당연히 400센트다. 여기서 평균율의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평균율에서는 '절대로' 완벽한 화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화음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들어줄만 했고, 이제 이 건반악기에서는 그 어느 조로도 전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가 주로 듣는 서양 음악은 이 평균율 위에서 작곡가들이 그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만들어진 곡들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평균율의 발명을 보고 그 가능성을 실험하여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을 작곡하였다. '다 장조(C Major)'부터 시작하여 '다 단조(C Minor)' - '올림 다 장조(C# Major)' - '올림 다 단조(C# Minor)' - '라 장조(D Major)' - ... 순으로 마지막 '나 단조(B Minor)'에 이르기까지 각 조성마다 전주곡과 푸가(Prelude and Fugue)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흐는 이 곡집을 두 권이나 작곡했다. 실제로는 바흐 시대에 우리가 쓰는 균등평균율이 이미 도입되었는지 아니면 순정률에서 적절히 타협한 비균등평균율을 쓰고 있었는지에 대해 아직 논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순정률에서는 절대로 한 건반악기에서 '다 장조'와 '올림 다 장조'의 곡을 연주할 수 없었지만, 평균율의 발명으로 한 건반악기에서 모든 조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아래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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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Rachmaninoff -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사람의 기억력이란 참으로 잔망스러워서 보통 어떠한 책을 읽으면 맨 앞과 맨 뒤의 내용만 기억난다고 한다. 언제 읽었는지, 누가 집필했는지도 기억 안나는 음악통론도 나에게 그러한데, 대체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맨 앞만 기억이 나는 것이다. 음악통론인만큼 음악에 대한 정의로 시작했는데, '음악이라는 것을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음악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음정, 박자, 리듬, 화성, 음색 등이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음악이라고 하지 않는 다는 것. 예를 들어 자동차 경적소리는 음정과 음 길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자체로는 음악이 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2002년에 자동차에서 '빵 빵-빵 빵 빵'으로 음 길이와 리듬을 변화시킨 것을 듣는다면, 이것은 어느 정도는 음악의 범주 안에 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저 리듬 뒤에 '오 필승 코리아' 노래가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을 보면...)
많은 음악 형식 중에 제일 직관적인 것을 꼽으라고하면 변주곡이 아닐까 싶다. 변주곡이야 말로 하나의 음악적 주제를 가지고 계속 변화시키는 것이니 말장난으로라도 음악 중에서도 제일 음악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옛날 음악이 어떻게 태동했는지 상상해본다면, 아무래도 어떠한 논리 구조를 가진 음악 형식보다는 변주곡이 먼저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이란 보통 가지고 있는 것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싶어 하기 마련이니까.
오늘의 곡을 이야기하기 전에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변주곡들을 짚고 넘어가려면, 아무래도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의 '세 대의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카논과 지그 라장조 (Kanon und Gigue in D-Dur für drei Violinen und Basso Continuo)' 중 카논으로 시작해야할 것이다.
파헬벨의 카논은 샤콘느(Chaconne) 형식의 변주곡인데, 샤콘느에 대해서는 따로 더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또 잘 알려진 변주곡으로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 (Goldberg-Variationen, BWV988)'이 있다.
2016년 10월 23일에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쉬프의 리사이틀이 있었는데, 2부가 바로 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단언컨대, 앞으로도 그 어디에서도 그만한 연주는 들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쉬프 자신도 그 날 자신이 엄청난 연주를 했다는 것을 안다는 걸 관객석에서 느낄 수 있었다.) 바흐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로, 바로크 시대에는 연주자가 자유롭게 곡에 장식음을 넣어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처음 연주되는 아리아 주제를 들어보면 트릴과 꾸밈음들로 음들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30개의 장대한 변주들 후에 다시 아리아 주제가 돌아오는데, 쉬프는 여기에서 모든 꾸밈음을 없애고 연주한다. 즉, 그 모든 변주 후에 곡 전체의 순수한 근본을 군더더기 없이 드러내며 곡을 끝맺는데, 실제로 들으면 마지막 아리아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받게 된다. 물론, 그날의 공연은 플러스알파의 감동이 있었고. 아, 진실로 이것은 어떻게 글로 전달할 수가 없는 감정인 것이다. 결국 그 날 같이 감상한 친구들과 공연의 감동을 계량하는 단위를 만들었으니 바로 ASG - András Schiff Goldberg 다. 2016년의 공연이 1 ASG로 우리들이 가는 모든 공연의 척도가 되고 있다. 물론 전하량의 단위 쿨롱(C)과 같이 실생활에서는 mASG가 주로 쓰이는 편.
그리고 제일 유명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에 의한 열두개의 변주곡 KV265 (Die Zwölf Variationen über das französische Lied „Ah, vous dirai-je, Maman“ KV265)'을 빼놓을 수 없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피아노를 조금 배워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곡일 테고,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아는 그 멜로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멜로디, 리듬, 화성 등을 변화시키는 변주만 생각하는데 음색을 변화시키는 것도 변주에 해당이 된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볼레로(Boléro)'가 바로 음색을 변화시키는 변주의 가장 유명한 예이다.
위의 네 곡을 들으면 깨달을 수 있겠지만, 변주곡 감상의 재미는 바로 주제를 듣고 각각의 변주가 주제에서 어떻게 변주되었는지를 듣는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작품번호 43번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라흐마니노프는 그 자신이 위대한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주로 피아노 곡을 많이 남겼는데, 이 곡과 함께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으로는 '피아노 협주곡 2번 다 단조, 작품번호 18번'과 영화 '샤인'을 통한 '피아노 협주곡 3번 라단조, 작품번호 30', '14개의 노래, 작품번호 34 중 "보칼리제"' 등이 있다. 라흐마니노프도 여느 다른 작곡가와 마찬가지로 파가니니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 제24번 가 단조, 작품번호 1번 (Caprice No. 24 in A minor for Solo Violin, Op. 1)에 매료되어 이 곡을 주제로 변주곡을 작곡한 것이 바로 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다.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1840)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겼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바이올린 테크닉의 소유자였는데, 동시대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1832년 4월 20일에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파가니니의 연주회에 갔다가 엄청난 감명을 받아 '나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게 된다. 파가니니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그는 파가니니의 곡들을 모티브로 한 여러 곡들을 남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작품번호 7번 (Violin Concerto No. 2, Op. 7)'의 3악장을 기반으로 한 곡인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 S. 141 (Grandes études de Paganini, S. 141)'의 세 번째 연습곡 '작은 종(La Campanella)'이다.
리스트의 파가니니에 의한 대연습곡은 총 6개의 연습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6번이 바로 오늘의 주제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 기반으로 한 곡이다.
리스트뿐만이 아니라 브람스도 카프리스 24번 주제로 변주곡을 작곡했다. 도대체 이 곡의 어떤 점이 수많은 작곡가들을 매료시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라흐마니노프도 이 곡의 마술에 걸려 변주곡 형식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아래 영상이 오늘의 메인 영상.
위에서 2016년 10월 23일의 쉬프 연주회를 언급했으니, 동년 10월 31일의 연주회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와 마린스키 극장 심포니 오케스트라(Mariinsky Theater Symphony Orchestra)의 연주회가 있었는데, 이날 솔리스트로 나온 이가 바로 손열음이었다. 협연곡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의 '피아노, 트럼펫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다 단조, 작품번호 35번 (Concerto in C minor for Piano, Trumpet, and String Orchestra, Op. 35)'이었고, 실로 어마어마한 연주였다. 지금껏 본 손열음의 연주 중에 단연 최고였던 공연.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은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함께 러시아 발레의 양대산맥이다. 세계적 지휘자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러시아 사운드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러시아의 혹독한 음악교육으로 다져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말도 안 되는 테크닉과 정교함이 어마 무시한 힘과 속도로 밀어붙이는 게르기예프의 해석과 만나면 보통의 정제된 음악만 듣던 사람들은 기절초풍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까지 가세하면 거의 무아지경에 이름.) 게르기예프는 2016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손열음과 함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사 단조, 작품번호 16번 (Piano Concerto No. 2 in G minor, Op. 16)'을 연주하고 “내가 평생 공부한 걸 젊은 손열음이 이해하고 치더라. 놀라웠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동년 10월 성남아트센터 연주도 그렇고 아무래도 손열음이 러시아 음악 해석에 무언가가 있긴 한가보다.
라흐마니노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 출신이다. 잘 웃지 않는 러시아 사람들 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는 더 조용하고 어두운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1번을 발표한 후에 평단의 융단폭격을 받은 그는 우울증도 가지게 된다. 교향곡 1번 이후의 슬럼프는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의 치료로 극복하였지만 (그렇게 극복하고 쓴 곡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 니콜라이 달에게 헌정하였다.) 우울감은 라흐마니노프와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 보통 낭만주의 시대의 예술가들은 죽음 자체에 매료되어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남겼는데, 라흐마니노프는 우울감도 가지고 있었으니, 죽음이라는 주제는 그의 작품세계에 빈번하게 나타나게 된다. 그중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진노의 날(Dies Irae)'인데, 이는 서방교회(가톨릭) 위령미사(Requiem)의 부속가(Sequentia)중 하나로 (바티칸 제2차 공의회 이후 현재의 위령미사 기도문에서는 삭제됨),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Dies iræ, dies illa,
solvet sæclum in favilla,
Teste David cum Sibylla.
Quantus tremor est futurus,
quando judex est venturus,
cuncta stricte discussurus.
진노의날 닥쳐오면/다윗시빌 예언대로/세상만물 재되리라
온갖선악 따지시러/심판관이 오시는날/놀라움이 어떠하랴
"그분들의 진노가 드러나는 중대한 날이 닥쳐왔는데, 누가 견디어 낼 수 있겠느냐?" (요한 묵시록 6장 17절)
이 부속가는 세상이 끝나는 날 최후의 심판 때에 영혼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을 바탕으로 작곡된 가장 유명한 곡은 바로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레퀴엠(Requiem) 중 '진노의 날'.
라흐마니노프는 이 그레고리오 성가에 깊이 심취하여 있었고, 이 모티브는 그의 곡들에서 빈번히 나타난다. 파가니니에 의한 광시곡에서도 어김없이 이 모티브가 사용된다.
7 변주를 먼저 이야기 한 이유는 주제부터 변주 기법을 조금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파가니니 원곡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이 조차도 으레 멜로디가 그렇듯이 여러 부가적인 음들과 리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라흐마니노프는 이것을 더 해체시켜 뼈대만 남긴 뒤 이것을 제1 변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보면 1 변주가 주제보다 한 층 더 아래에 위치하므로 곡은 인트로-제1변주-테마-제2변주-... 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 후 온갖 멜로디와 리듬과 화성을 변화시킨 후에 이 곡은 제18변주에서 절정을 이룬다.
전체 곡 중에서 제일 유명한 부분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화성이 아름다운 변주다. 하지만 처음 듣는 사람은 아마도 주제와 동떨어진 멜로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제18변주의 멜로디가 만들어진 방법은 처음 주제를 위아래로 뒤집고 가 단조에서 내림 라장조로 전조한 것이다.
변화하는 단계는 다음의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2:18-2:37)
이 곡과 병행하여 감상하면 좋을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변주곡인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번호 42번 (Variations on a Theme of Corelli, Op. 42)'. 이 또한 바이올린 곡을 주제로 작곡한 변주곡이고 파가니니 광시곡과 유사한 부분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이 곡에도 파가니니 광시곡의 제18변주 같은 부분이 존재하는데, 인터메초(Intermezz) 뒤에 나오는 제14변주와 15변주가 그것으로, 들을 때 각 변주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상상하면서 감상한다면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연주자가 이러한 곡들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상상하며 연주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주제에서 오케스트라 현악 파트 수석 들의 현악 4중주를, 앞서 말한 제14변주는 현악 오케스트라를, 그다음 제15변주는 플루트와 하프의 이중주를 상상하곤 한다.
오늘의 글은 요즘 손열음에 빠져있다는 분을 위하여 쓴 글로, 손열음이 연주하는 곡들을 좀 더 깊게 즐기고 싶다고 하여 파가니니 광시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그에 관련된 곡들을 (최대한) 손열음의 연주로 채워보았다. 그분의 예술 향유에 미약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2020. 06. 27. 토. 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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